전국 주요 대학들에 '입학사정관제 비상'이 걸렸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올해 정식 도입되면서 최근 신청 접수가 마감된 내년도 대입 수시1학기 입학사정관 전형에 지원한 수험생이 일부 대학의 경우 1000명을 넘고 있지만 대학별 입학사정관 수는 대부분 3~5명 선에 그치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입학사정관이 수험생 학업능력뿐만 아니라 잠재능력 가정환경 등을 종합 평가해 자질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이 입시전형이 도입 초기부터 부실에 빠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2일 대학들에 따르면 최근 지원신청이 시작된 수시 1학기에서 입학사정관제 전형 경쟁률이 당초 예상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세대 인재육성전형의 경우 30명 정원에 798명이 지원해 39.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건국대 리더십전형에는 2724명이 몰려 32.4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성적보다는 특기와 경력 등을 바탕으로 잠재력을 평가해 합격자를 선발하는 것으로 수험생들의 관심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주요 대학들이 확보한 입학사정관은 가톨릭대가 5명으로 가장 많고 연세대 중앙대 건국대는 각각 3명에 불과하다.

산술적으로 계산한다면 입학사정관 1인당 연세대는 266명,건국대는 1401.4명의 수험생을 심사해야 한다. 수시 1학기 전형기간이 한 달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지원 학생이 살고 있는 지역과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 내용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판별'하거나 '지원자의 학업성취도와 교육여건은 물론 부모의 직업이나 가정환경,출신지역 등 개인 특성까지 모두 검토'한다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취지는 사실상 반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1명의 교육학 박사를 포함해 5명의 입학사정관을 확보,그나마 낫다는 가톨릭대도 3주 정도로 예정된 전형기간에 모든 수험생의 잠재능력과 생활기록부 비교가 가능할지 미지수라는 평가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임시' 사정관 임명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연세대는 교수들을 임시사정관으로 임명해 서류평가 등을 맡기기로 했다.

중앙대는 일선 고교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현역 고교 교사 10여명을 자문교사단으로 뽑아 자문 역할을 의뢰하기로 했다. 건국대는 56명의 교수를 리더십전형과 자기추천전형에,20명의 전문가를 예술영재전형에 임시사정관으로 임명하기로 했다.

문흥안 건국대 입학처장은 "입학사정관은 전형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고 임시사정관을 교육시켜 전형이 이뤄지도록 하고 최종 재심위 과정에서 합격자 선발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충분한 숫자의 입학사정관을 확보하지 않고서는 전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의 경우 35명의 사정관이 1년 내내 일선 고교를 방문하는 등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데 반해 국내에서는 임시사정관으로 땜질하는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한 사립대 교수는 "최소 20~30명의 입학사정관이 학생의 출신 학교 등 현장검증을 해야 하는데 국내에는 그만한 전문가가 없다"며 "입학사정관제가 내신등급이 다소 낮은 자사고나 특목고 출신 학생을 위한 제도로 전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과학기술부 관계자는 "지난해 10개 대학에 시범도입한 입학사정관제를 올해 처음으로 정식 도입한 만큼 오랜 전통을 가진 미국과 단순비교하기는 어렵다"며 "대학들이 입학사정관제를 '고교등급제' 등으로 악용하지 않는지 전형 결과 등을 파악해 추가 지원대학 선정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