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시정을 살펴보면 '손발이 안 맞아도 너무 안 맞는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관광정책'을 둘러싼 일련의 상황에서는 더욱 선명해진다. 상층부와 실무자 간 '의식의 갭'이 너무 벌어져 있기 때문이다.

오세훈 시장은 '관광 서울'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 시장은 현재 올림픽을 앞둔 중국을 방문,'임기 내 외국인 관광객 1200만명 유치'라는 목표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산둥 장쑤 광둥 등 동부 연안 3성에서 잇따라 서울 홍보전을 열고 있다.

국내에선 이번 주말부터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축제를 시작한다. 오는 25일부터 명동 등지에서는 '2008 서울 관광특구 대표축제'가 열리고 8월9일부터 17일까지는 '하이서울 페스티벌 여름축제'가 예정돼 있다.

오 시장이 안팎으로 관광객 유치에 이처럼 심혈을 기울이고 있지만 성적표는 그리 신통하지 못하다. 오 시장이 취임한 2006년 616만명 수준이던 관광객은 2007년 645만명(증가율 4.7%)에 그쳤다. 관광객 유치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증가율은 오 시장 취임 이전(2005년 3.4%)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는 국내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고 실무자들의 내실있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서울 관광의 심장부인 시청앞 광장은 잇따른 집회로 망신창이다. 이런데도 서울시는 시위대의 눈치를 보며 대책조차 마련하지 않았다.

대외홍보 노력도 낙제점이다. "서울은 거친 측면이 있다. 교통혼잡,흉칙한 고층 건물,그리고 경제발전을 이뤄낸 서울의 특징들이 호감을 주지 않는다"며 서울시에 대해 온갖 부정적인 이미지로 묘사한 세계적인 여행 가이드북 '론리 플래닛'을 15년째 방치해 놓고 있다 최근에서야 수정을 요청하는 등 뒷북 행정을 벌이고 있다. 대내홍보도 마찬가지다. 이번 주부터 서울에 머무르고 있다는 한 외국인 관광객은 "서울에서 이런 저런 축제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할 정도다. 120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도대체 뭘 보고 서울을 찾을지 안타깝기만 하다.

이재철 사회부 기자 eesang6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