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금야금 오른 환율 1020원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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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일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으로 한때 달러당 1000원 선 아래로 떨어졌던 환율이 최근 다시 꾸준한 오름세를 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11일 이후 21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1018원까지 올랐다. 22일에도 장 초반 상승세로 출발했다가 정부의 달러 매도 개입이 나오면서 전날보다 40전 내린 1017원6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상 환율 상승 압력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대 변수는 역시 유가다. 최근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40달러 후반에서 130달러 초반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사들의 결제 부담이 커지는 데다 경상수지 개선도 쉽지 않아 원화 절하(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주식 매도가 사상 최장인 32일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달 들어서는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뺄 조짐을 보이는 것도 환율 상승 요인이다.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매도 대금이 외환시장에 환전 수요로 등장하면서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
외환시장의 주요 달러 공급원인 조선업체들이 급격한 환율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선박 수주 대금에 대한 선물환 매도를 늦추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외환시장에는 여전히 달러가 부족하다"며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움직임이다. 현재 환율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거의 유일한 변수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이다.
정부는 지난 9일 하루 기준으론 사상 최대인 60억~80억달러의 '달러 폭탄'을 쏟아부으며 1030원에 육박하던 환율을 1000원 밑으로 끌어내렸고 시장에선 여전히 이 같은 대규모 매도 개입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환율 하락을 공격적으로 유도하는 대신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미세조정에만 주력하고 있다. 22일에도 개장 초 환율이 1020원에 육박했을 때와 점심시간,그리고 장 막판 종가 관리 차원에서 3차례 정도 개입이 있었지만 전체 달러 매도 금액은 3억~4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는 개입 초기 공격적 달러 매도로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꺾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보고 이후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라며 "'외환보유액만 낭비한다'는 비판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을 끌어내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10일 "외환시장에 과도한 쏠림현상이 있을 때는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무시한 환율 관리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불안이 커지면 정부가 또다시 '칼'을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달러 매도 개입을 자제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환율 상승에 대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의 수급 여건상 환율 상승 압력이 크다고 지적한다. 최대 변수는 역시 유가다. 최근 국제 유가(WTI 기준)가 배럴당 140달러 후반에서 130달러 초반으로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란 점에서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사들의 결제 부담이 커지는 데다 경상수지 개선도 쉽지 않아 원화 절하(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외국인 주식 매도가 사상 최장인 32일째 이어지고 있는 데다 이달 들어서는 채권시장에서도 발을 뺄 조짐을 보이는 것도 환율 상승 요인이다. 외국인의 주식 및 채권 매도 대금이 외환시장에 환전 수요로 등장하면서 환율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
외환시장의 주요 달러 공급원인 조선업체들이 급격한 환율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보고 선박 수주 대금에 대한 선물환 매도를 늦추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이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외환시장에는 여전히 달러가 부족하다"며 "환율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의 움직임이다. 현재 환율 상승 압력을 제어하는 거의 유일한 변수는 정부의 시장개입에 대한 경계감이다.
정부는 지난 9일 하루 기준으론 사상 최대인 60억~80억달러의 '달러 폭탄'을 쏟아부으며 1030원에 육박하던 환율을 1000원 밑으로 끌어내렸고 시장에선 여전히 이 같은 대규모 매도 개입 가능성에 긴장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부는 환율 하락을 공격적으로 유도하는 대신 환율 급등을 막기 위한 미세조정에만 주력하고 있다. 22일에도 개장 초 환율이 1020원에 육박했을 때와 점심시간,그리고 장 막판 종가 관리 차원에서 3차례 정도 개입이 있었지만 전체 달러 매도 금액은 3억~4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정부는 개입 초기 공격적 달러 매도로 환율 상승 기대심리를 꺾는 데 일단 성공했다고 보고 이후 과도한 상승을 억제하는 정책으로 선회한 것"이라며 "'외환보유액만 낭비한다'는 비판여론이 여전한 상황에서 정부가 무리하게 환율을 끌어내리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도 10일 "외환시장에 과도한 쏠림현상이 있을 때는 시정 노력이 필요하다"면서도 "환율은 기본적으로 시장에서 결정되는 것"이라고 말해 시장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무시한 환율 관리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하지만 환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물가 불안이 커지면 정부가 또다시 '칼'을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최근 달러 매도 개입을 자제한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환율 상승에 대한 과도한 쏠림현상이 나타날 경우 언제든 차단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