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곳 차명계약􁽗무허가 양도돼 무자격자 운영
일정기준만 충족하면 재계약…사실상 사유화

전국 293개 고속국도 휴게시설(휴게소와 주유소) 중 36개소가 민간 임대시 차명으로 계약했거나 계약 후 운영권이 도로공사의 허가 없이 제3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전국 24개 고속국도 노선에서 운영 중인 휴게소 149개와 주유소 144개에 대한 운영 실태를 조사한 결과 △휴게시설 운영권 계약과 운영 분야 △휴게시설 운영서비스 평가 분야 △휴게시설 설치계획 분야 등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드러났다고 22일 밝혔다.

감사원에 따르면 도로공사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휴게시설을 민간에 임대하면서 61개 시설 운영권을 휴게시설 운영 경험과 자본조달 능력이 부족한 15명의 개인사업자들에게 넘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상당수의 휴게시설 운영권이 타인 명의로 입찰에 참가한 사업자에게 낙찰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은 이후 경영난에 부닥치자 자금 차입 등을 명목으로 법인사업자 전환을 도로공사에 신청했고 법인 전환 후에는 운영권을 제3자에게 넘겼다. 감사원 관계자는 "휴게소 운영권이 부적격자들의 손에서 거래돼 휴게소 이용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타인 명의로 낙찰받은 사업자와의 계약을 해지하고 도로공사 허가 없이 영업권을 양도받은 사업자에 대해서도 조치토록 통보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와 함께 도로공사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민간사업자와 5년 단위로 휴게소 임대 재계약을 체결함에 따라 공공시설인 휴게소가 사실상 사유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2월 현재 휴게시설 293개 중 재계약 휴게시설은 96%에 달하고 1995년 이전부터 장기 운영해 온 23개 휴게시설의 경우 평균 운영 기간이 27년6개월에 달했다. 이 중 한 휴게소는 경부고속도로 건설 당시인 1971년부터 36년11개월간 장기 독점 임대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20개 휴게소 화장실의 변기 수가 기준에 미달(남자 화장실 98개，여자 화장실 261개 부족)하는데도 도로공사가 화장실 변기 확보 대책을 마련하지 않아 휴게시설 이용자들의 불편을 초래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감사원은 "도로공사가 2004년 이전에 설계 시공한 공중화장실의 경우 관계 규정 미비로 인해 남녀 사용 인원과 성별 사용 시간을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총 변기 수를 결정한 뒤 적당히 배분해 설치했다"고 밝혔다.

감사원 관계자는 "휴게시설 운영.관리 방식은 임대사업자의 장기 독점 운영과 잘못된 계약제도 등으로 인해 이용자의 양적 증가와 소비자의 질적 요구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