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BO(차입매수) 이용한 M&A 논란] 법원ㆍ검찰 "자기 돈 한 푼 안쓰는 LBO는 업무상 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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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자본을 이용해 기업을 인수하는 LBO(차입매수ㆍLeveraged Buyout) 기법을 둘러싸고 법조계와 M&A(인수합병)업계 간 논쟁이 뜨겁다. LBO 방식을 통해 기업 인수에 나섰던 정홍희 스포츠서울21 전 회장과 추연우 동양메이저 건설부문 대표에 대해 검찰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잇따라 구속하면서 논란은 증폭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M&A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LBO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LBO=배임'이라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국내 M&A시장 위축에 이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BO에 대한 법원ㆍ검찰의 강공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 등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금융기법이다. 한마디로 담보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기본 원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하다. 단지 담보 물건이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소유라는 점만 다르다. 자산은 주식 부동산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 및 실물자산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LBO는 최근 대법원이 '업무상 배임'이라고 철퇴를 내린 상태다. 지난달 유죄가 확정된 ㈜신한 김춘환 회장의 '현대판 봉이 김선달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2001년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도급순위 51위 건설업체 신한을 인수했다. 신한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LBO기법을 동원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두 번씩이나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법은 지난달 결국 유죄를 확정했다.
LBO에 대한 논란은 인수대상 기업의 주주와 채권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가령 인수자 A가 인수대상 기업 B의 자산에 근저당권이나 근질권을 설정하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M&A를 성사시켰다고 가정하자.만약 A가 B를 잘 경영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아 파산을 맞게 되면 B의 담보자산을 잃게 되는 등 기존 채권자 등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인수자가 자기 돈은 한푼도 안 들이고 회사를 인수했으니 경영보다는 '머니게임'에만 몰두하면서 횡령ㆍ조세포탈 등을 저지를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즉 LBO가 피인수기업의 소액주주나 채권자들에게 원치 않는 손해를 끼칠 수 있고 이는 곧 사무처리를 위탁받은 자(경영진)가 위탁자(주주 등)에게 임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배임'이라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인식이다. LBO가 배임죄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등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LBO는 경영기법의 하나"
M&A 전문가들의 생각은 법원이나 검찰의 인식과 다르다. 법무법인 광장 김상곤 변호사는"LBO자체가 외국에서 들어온 개념이라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않고 있다"며 "국내의 법적 판단과 국제적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정영채 상무는 "LBO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상적인 LBO라면 배임소송이 들어오지 않도록 소액주주의 이익침해를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해놓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이사도 "쭉정이 같은 LBO가 아니라 제대로 된 LBO의 가치는 상당하다"며 "기존주주와 채권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구조라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진의 하이마트 인수,휠라코리아의 휠라 본사 인수,하이트의 진로 인수,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등도 넓게 보면 LBO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신희강 변호사는 "LBO가 주주 등을 기만하는 배임적 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겠지만 법원ㆍ검찰의 기계적인 판단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M&A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몸값을 높이려면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 등 잠재적 매수인이 많아야 하는데 최근 법원 판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용어풀이>
◆LBO(Leveraged Buyout)=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기법이다. 투자자가 외부인이 아니라 인수대상 기업의 경영진인 경우를 MBO,직원인 경우를 EBO라고 한다. 절차는 먼저 투자자가 인수대금의 10% 정도를 출자해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 이 법인은 인수대상 기업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인수대금의 50% 정도를 대출받는다. 이어 나머지 40% 자금은 후순위채권 등 정크본드를 발행해 전체 인수대금을 조달하는 것이 통상적 방법이다.
하지만 M&A 전문가들은 국제금융시장에서 LBO가 갈수록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LBO=배임'이라는 인식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국내 M&A시장 위축에 이은 외국인의 국내 투자 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LBO에 대한 법원ㆍ검찰의 강공
LBO는 인수할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 등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기업을 사들이는 금융기법이다. 한마디로 담보대출을 '지렛대'로 삼아 기업을 인수하는 것이다. 기본 원리는 주택담보대출과 유사하다. 단지 담보 물건이 자신의 것이 아닌 타인소유라는 점만 다르다. 자산은 주식 부동산 예금 양도성예금증서(CD) 등 금융 및 실물자산을 모두 포함한다.
하지만 LBO는 최근 대법원이 '업무상 배임'이라고 철퇴를 내린 상태다. 지난달 유죄가 확정된 ㈜신한 김춘환 회장의 '현대판 봉이 김선달 사건'이 대표적이다. 김 회장은 2001년 자신의 돈은 한 푼도 들이지 않고 도급순위 51위 건설업체 신한을 인수했다. 신한의 부동산과 예금 등을 금융권에 담보로 맡기고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LBO기법을 동원했다. 대법원은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서울고법의 판결을 두 번씩이나 파기환송했고 서울고법은 지난달 결국 유죄를 확정했다.
LBO에 대한 논란은 인수대상 기업의 주주와 채권자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잠재적 '위험' 때문에 벌어지고 있다. 가령 인수자 A가 인수대상 기업 B의 자산에 근저당권이나 근질권을 설정하고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해 M&A를 성사시켰다고 가정하자.만약 A가 B를 잘 경영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아 파산을 맞게 되면 B의 담보자산을 잃게 되는 등 기존 채권자 등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인수자가 자기 돈은 한푼도 안 들이고 회사를 인수했으니 경영보다는 '머니게임'에만 몰두하면서 횡령ㆍ조세포탈 등을 저지를 개연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즉 LBO가 피인수기업의 소액주주나 채권자들에게 원치 않는 손해를 끼칠 수 있고 이는 곧 사무처리를 위탁받은 자(경영진)가 위탁자(주주 등)에게 임무를 다하지 못한 '업무상 배임'이라는 것이 현재 대법원의 인식이다. LBO가 배임죄의 덫에 걸리지 않으려면 "담보제공으로 인한 위험부담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급하는 등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한다"는 게 대법원 입장이다.
◆"LBO는 경영기법의 하나"
M&A 전문가들의 생각은 법원이나 검찰의 인식과 다르다. 법무법인 광장 김상곤 변호사는"LBO자체가 외국에서 들어온 개념이라 아직 국내에서 제대로 평가를 받지 않고 있다"며 "국내의 법적 판단과 국제적 현실의 간극을 메우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우리투자증권의 정영채 상무는 "LBO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정상적인 LBO라면 배임소송이 들어오지 않도록 소액주주의 이익침해를 방지하는 장치도 마련해놓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증권사의 한 이사도 "쭉정이 같은 LBO가 아니라 제대로 된 LBO의 가치는 상당하다"며 "기존주주와 채권자가 모두 동의할 수 있는 구조라면 별로 문제될 것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유진의 하이마트 인수,휠라코리아의 휠라 본사 인수,하이트의 진로 인수,크라운제과의 해태제과 인수 등도 넓게 보면 LBO방식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신희강 변호사는 "LBO가 주주 등을 기만하는 배임적 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처벌해야겠지만 법원ㆍ검찰의 기계적인 판단은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M&A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몸값을 높이려면 전략적ㆍ재무적 투자자 등 잠재적 매수인이 많아야 하는데 최근 법원 판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위축되고 있다"고 걱정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
<용어풀이>
◆LBO(Leveraged Buyout)=사들이려는 기업의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자금을 이용해 해당 기업을 인수하는 M&A기법이다. 투자자가 외부인이 아니라 인수대상 기업의 경영진인 경우를 MBO,직원인 경우를 EBO라고 한다. 절차는 먼저 투자자가 인수대금의 10% 정도를 출자해 일종의 페이퍼컴퍼니인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다. 이 법인은 인수대상 기업의 부동산 등 자산을 담보로 금융회사로부터 인수대금의 50% 정도를 대출받는다. 이어 나머지 40% 자금은 후순위채권 등 정크본드를 발행해 전체 인수대금을 조달하는 것이 통상적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