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대서 세계철학대회…亞 국가론 처음
회슬레·뚜웨이밍 등 세계적 철학자 대거 참여


"108년 만에 처음으로 동양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는 동양철학을 철학의 범주에 정식으로 포함하는 자리입니다. 과거에는 '철학'은 곧 '서양철학'과 동의어였고 서양에선 동양철학을 철학의 체계에 넣지도 않았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동양사상이 비로소 세계 사상계에 제 얼굴을 드러내는 것이죠."

오는 30일부터 다음 달 5일까지 서울대에서 열리는 제22차 세계철학대회를 앞두고 이번 대회의 조직위원회 의장인 이명현 서울대 교수는 23일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대회 준비상황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교수는 "이번 대회는 한국 철학계의 큰 사건이며 문명사의 전환기에 새로운 사상이 탄생하는 모멘트가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오늘의 철학을 다시 생각한다'를 주제로 한 이번 대회에는 세계 104개국 2600여명의 철학자들이 참석해 1370여편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들은 54개 분과에서 478개의 세션 토론을 통해 현대철학의 흐름을 짚고,철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한다. 특히 그간 유럽 중심으로 전개돼 온 세계철학대회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영·미철학과 동양철학이 집중 조명된다.

대회의 규모가 말해주듯 세계철학계의 거장들도 대거 참여한다. 유럽 철학계의 거목인 독일의 피터 슬로터다이크를 비롯해 독일 현대철학을 대표하는 소장학자 비토리오 회슬레,영·미 문화계가 최근 가장 주목하는 여성주의 이론가 주디스 버틀러,영·미 분석철학의 대가 앨런 기바드,팀 스캔론,앨빈 골드만,제임스 프라이어 등이 대표적인 인물들.

요하네스 아켄다(콩고) 등 아프리카 철학자들과 중남미를 대표하는 엔리케 뒤셀(멕시코)을 비롯해 이마미치 도모노부(일본),뚜웨이밍(중국),팜 반둑(베트남) 등 아시아 석학들도 자리를 함께 한다. 김재권 브라운대 교수,조가경 뉴욕주립대 교수,이광세 켄트주립대 교수 등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철학자들도 모처럼 고국을 찾는다.

이번 대회의 중심 행사인 전체강연은 △도덕철학·사회철학·정치철학 △형이상학과 미학 △인식론·과학철학·기술철학 △철학사와 비교철학에 대한 석학들의 고견을 듣는 자리다.

또 '갈등과 관용''세계화와 코스모폴리타니즘''생명윤리·환경윤리 그리고 미래세대''전통,근대 그리고 탈근대:동양과 서양의 관점''한국의 철학' 등을 주제로 한 5개의 심포지엄이 마련된다. 아시아에서 열리는 점을 감안해 동양과 서양의 시각을 비교하는 논문들이 주목된다.

이번 대회에 대한 한국 철학계의 기대는 지대하다. 지금까지 대회를 독일·프랑스 등 유럽 대륙이 주도해왔지만 이번에는 현대철학의 세 조류인 대륙철학,동양철학,영·미철학이 균형을 이루게 돼 "동·서를 아우르는 첫 세계철학대회"(김기현 서울대 교수)라는 설명이다.

이삼열 한국철학회장은 "'철학은 그 시대의 아들이다'라는 헤겔의 말처럼 세계철학대회는 각국의 다양한 철학사상이 한데 모이는 '사상의 백화점'이므로 한국 철학이 세계철학을 배우고 한국 철학을 세계에 알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