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순이 되도 섹시한 댄스가수 계속할 것"
3집 '잇츠 효리시' 발매하고 '유-고-걸'로 활동



한 분야의 대표는 사랑과 질타를 동시에 받기 마련이다.

'트렌드 세터', '문화 아이콘', '최고 섹시 여가수'라는 수식어를 단 이효리(29)에게 유독 대중의 잣대가 매섭고 혹독한 것도 그런 이유다.

이효리는 최근 3집 '잇츠 효리시(It's Hyorish)'를 발표하기 전 뮤직비디오와 재킷의 일부가 네티즌사이에서 표절 논란에 휘말리며 또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2집 타이틀곡 '겟 차(Get Ya)'의 표절 논란을 의식해 3집에서는 이효리만의 스타일을 뜻하는 신조어 '효리시'까지 내세웠기에 속앓이를 했다.

음원이 사전 유출돼 발을 굴렀지만 홍보용 아니냐는 시선을 받고 눈물도 흘렸다.

그러나 음반 공개 직후 타이틀곡 '유-고-걸(U-Go-Girl)'은 각종 음악사이트 1위를 싹쓸이했다.

'천하무적 이효리', '헤이 미스터.빅(Hey Mr. Big)' 등도 동시에 사랑받고 있다.

2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효리는 당당함과 솔직함을 무기로 세간의 시선에 대해 인정과 부정을 똑 부러지게 했다.

"아길레라 뮤직비디오는 생각도 못했어요. 비디오를 보니 세트가 비슷하더라고요. 논란의 소지가 있는 것은 차단하기 위해 아예 삭제했죠. 에이미 와인하우스를 따라했다는 건 좀 억울해요. 짙은 눈화장은 1960년대 엄앵란, 브리지트 바르도가 이미 했잖아요. 요즘 유행인 미래지향적인 스타일이 지겨워서 복고 스타일을 택했죠."

"버릴 건 버리고 밀고 나갈 건 밀었다"는 그는 "네티즌은 표절이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쓴다"며 "오히려 창작의 자유를 방해할 지도 모른다. 공들여 만든 창작자에게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아쉬워했다.

이효리는 1998년 핑클로 데뷔해 만 10년을 스타로 살았다.

'별나라 사람'처럼 대중과 간극을 벌릴 수도 있었지만 음악채널 Mnet 리얼리티 프로그램 '오프 더 레코드, 효리'와 SBS TV '일요일이 좋다'의 '패밀리가 떴다'를 통해 소박하고 털털한 생활인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리하게 경계를 넘나들었다.

"분명 연예인이 특별한 유전자는 아닙니다. 예쁜 사람은 길거리에도 많지만 연예인은 특별한 기를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일상에 묻혀있어도 기가 뿜어져 나오는 느낌이 들죠. 저도 기가 '완전' 센 여자예요. 그래서 주위 스태프가 힘들 수 있지만 실수가 발생하면 책임은 제게 돌아오니 닥달하게 돼요."

자신이 연예계에 미친 영향을 묻자 주저없는 설명이 이어진다.

"'섹시'라는 단어를 대중이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과거에는 섹시라는 단어가 끈적하고 음습한 느낌이었잖아요. 자유로운 스타일의 여성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바꾼 것 같아요. 댄스 음악계가 발전하는데도 조금은 기여하지 않았을까요? 호호."

이효리는 '유-고-걸'의 첫 방송 무대를 모니터링하며 스스로 섹시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웃었다.

몸매와 의상이 아니라 밝고 건강한 에너지가 뿜어낸 기운이 섹시하다는 해석이다.

그는 "무대 위 나는 섹시한 것 같다"며 "예순이 되도 섹시한 댄스 가수로 활동할 것 같다. 20대에는 풋풋함, 30대에는 뭔가를 알고 있는 여유 등 40~50대에 보여줄 '핫' 한 느낌도 따로 있을 것이다. 무대에 설 때 '내가 이효리구나'라는 느낌을 받는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효리의 음악성과 가창력에 대한 대중의 시선은 인색한 편이었다.

작곡가 김도현, 박근태 등과 3집을 작업하면서도 고심을 거듭했다.

솔로 1집 당시 '텐 미닛츠(10 Minutes)'로 가요대상까지 받았지만 2집 '겟 차'는 대중의 시선에 끌려다니며 만들었고, 디지털 싱글 '톡톡톡(Toc Toc Toc)'과 '잔소리'는 몸에 맞지 않는 옷이었다고 반성한다.

너무 무겁고 어두웠던 그동안의 이미지를 벗고 밝고 건강한 느낌을 보여주려고 '유-고-걸'을 택했다.

1, 2집에서는 전자음, 기계음이 많았지만 3집에서는 악기를 줄이고 어쿠스틱한 느낌을 내려했다.

"인기가 많고 상을 타야 가수로서 입지가 굳는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텐 미닛츠'로 대상을 받았지만 크게 감동받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1등이 있거든요. 3집을 통해 발전적인 방향으로 한발 다가선 느낌이에요."

이효리는 "방송사 PD들이 '가창력이 늘었다'고 하더라"는 말에는 유독 반색했다.

"지금껏 음반내고 첫 방송만은 라이브로 한 적이 없어요. 긴장을 많이 하니 울렁증이 심했죠. '유-고-걸' 첫 방송을 보고 누군가가 'MR(Music Recorded)야, AR(All Recorded)야'라고 했대요. 10년간 최고로 듣고 싶은 말이었죠. 우리가 김건모 씨 음악을 들으면 그런 궁금증을 갖잖아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요. 제 노래 소화하는 것은 기본이니까 더욱 발전해야 하죠."

이효리는 수개월 간 노래를 부르며 청계산을 올랐다.

한결 숨을 조절하는게 수월해졌고 코로 숨쉬기 힘들던 비염 증세와 춤을 추며 노래할 때 숨소리가 크게 들리던 것이 많이 나아졌다.

우리나이로 서른살이 된 그는 10년 뒤에는 "결혼을 확실하게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얼른 하고 싶어요. 물론 결혼과 일은 별개이니 결혼 후에도 멋지고 당당하게 활동해야죠"

연기에 대한 욕심도 있다.

개성강한 조연을 하고 싶은데 소속사(엠넷미디어)가 주연이 아니면 출연 제의를 '커트'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영화 클로저의 나탈리 포트만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이미연 언니와 연기했던 여성듀오 다비치 뮤직비디오 때 캐릭터도 좋고요."

그는 인터뷰 말미 '효리 스타일'을 한 마디로 정의했다.

"누구도 의식하지 않는 자기 고집, 당당함이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mim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