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사는 난생 처음 해봅니다. "

며칠 전 국제자동차경주 포뮬러 원(F1)경주장 공사현장에서 만난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죽을 맛'이라며 이같이 하소연했다. 지난 1년간 300억원대 공사를 하면서 업체들이 받은 돈은 겨우 16억원.요즘처럼 건설업 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외상공사'를 하자니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전남도는 F1사업이 전남의 미래를 이끌 프로젝트라며 큰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이처럼 사업추진은 지지부진하다. 특히 면밀한 계획없이 주먹구구식로 사업을 진행해 신뢰도도 크게 떨어진 상태다. 사업부지인 농림부 소유 간척지의 소유권 이전문제를 놓고 3년간 허송 세월하다 공기에 쫓겨 남의 땅에 착공한 것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앞뒤가 맞지 않는 말들도 많다. 전남도는 그동안 감정가 매각을 고집한 농림부에 맞서 조성원가를 기준으로 간척지를 넘기라고 요구해왔다.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였다. 그러나 전남도는 최근 'F1지원법'국회상정을 앞둔 때문인지 과거 한국신용평가에서 간척지를 감정가로 매입하는 것을 전제로 한 사업성 검토에서 평점 1.3(1.0이 손익분기점)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감정가로 사들여도 이처럼 수익성이 충분하다면 전남도가 그동안 굳이 사업차질을 감수하면서까지 조성원가를 고집해온 이유를 알 길이 없다.

공사진척률도 오리무중이다. 전남도는 전체 공사진척률이 26%라고 밝히고 있는데 반해 시공업체들은 토목공사만 26%라며 서로 다른 얘기를 하고 있다. 공사비가 갑자기 불어난 것도 의혹이다. 당초 사업비는 부지매입비 500억원을 포함,2300억원.전남도가 지난 5월 도의회 승인과정에서 제시한 최종 공사비는 4000억원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 이유를 딱히 설명도 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공사비가 또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런데도 전남도는 사업이 정상적으로 추진되고 있다며 'F1지원법'의 국회상정을 통해 정부지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난마처럼 엉킨 갖가지 문제들을 감추기에 급급한 채 도와달라고 손을 벌리는 것은 아무래도 도리가 아닌 듯 싶다.

무안=최성국 기자 sk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