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의 상반기 순이자마진(NIM)이 1년 전에 비해 0.2%포인트 떨어지는 등 수익성이 악화됐다.

예금이탈 현상 속에 자산 경쟁을 벌이다 보니 각종 비용은 크게 늘어났지만 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탓이다.

대출이자 연체율이 높아져 충당금 적립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매년 10% 이상 늘어나던 대출마저 증가율이 둔화되는 등 자산건전성과 성장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은행권 2008년 상반기 영업실적'에 따르면 18개 은행(시중은행 7개,지방은행 6개,특수은행 5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6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조9000억원)보다 3조원(30.7%)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발생한 LG카드 주식 매각이익(세후 2조9000억원)을 제외하더라도 1000억원가량 줄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총 자산이 지난해 말보다 7.6%나 늘어났으나 이자이익의 증가폭(5.7%)에 비해 이자비용 증가폭(29.6%)이 훨씬 커 순이익이 오히려 소폭 줄었다"고 설명했다. 총자산이익률(ROA)은 지난해 상반기 1.52%보다 못한 0.90%에 그쳤다.

은행권의 핵심 수익성 지표인 NIM은 2.28%로 증권가의 예측치보다 0.1%포인트나 낮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대출 확대 경쟁을 계속하면서 고금리 특판예금 유치,후순위채 발행,시장성 수신 확대 등에 나서다 보니 NIM이 예상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액도 크게 늘었다. 올해 상반기 은행권의 충당금 적립액은 2조3000억원에 달해 지난해(1조5000억원)보다 무려 54.9%(8000억원) 늘어났다.

A은행의 경우만 해도 지난해 상반기 2400억원의 충당금을 쌓았으나 올 상반기에는 1500억원 늘어난 3900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호 대출의 연체율이 계속 올라 각 은행들이 충당금 적립액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은 연체대출을 부실채권으로 분류하고 상각에 대비해 충당금을 법에 정한 비율대로 쌓아야 한다. 6월 말 현재 중기대출 연체율은 작년 말보다 0.14%포인트나 높아진 1.14%였고 특히 건설업과 음식숙박업 연체율은 2%를 훌쩍 넘었다. 은행들이 상반기에 쓴 판매비와 관리비도 8조8000억원으로 6.3% 늘어났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