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난 22일 외교통상부로부터 '한국인 5명이 멕시코에서 피랍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은 시간은 오후 7시께.(외교부 쪽에서는 그보다 약간 빠른 오후 6시께 팩스 등을 통해 보고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단 청와대 주장을 믿기로 하자)
청와대는 곧바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이 대통령은 이동관 대변인을 통해 오후 10시15분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이른 시간 내에 무사 귀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대처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부처에서 보고가 올라온 시간부터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려보낸 시간까지 불과 3시간(외교부 주장으로도 4시간)밖에 안 걸렸다.
지난 11일 금강산 관광객 피살 사건 때는 부처에서 보고를 접수(오전 11시30분)후 대통령 메시지가 나오기까지(오후 4시26분) 약 5시간이 걸렸다. 속도에 관한 한 엄청나게 개선된 셈이다. 청와대는 보고라인을 단축한 대통령 직보체계가 가동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이번엔 약간 '오버(over)'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빠르게 반응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대통령까지 나서서 한밤중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문제"라며 가슴 떨리는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었느냐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부 내부에서조차 '미국 밀입국자들 간에 이해 관계가 갈려 자작 납치극을 벌였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몸값 요구액이 3만달러밖에 안 되는 점도 그렇고,현지 경찰이 수색에 나서자 곧바로 내 뺀 것도 이런 분석에 무게를 더한다.
물론 이번 사건이 인명사고없이 조기 종결된 것은 더할 나위없이 다행스런 일이다. 다만 외교부가 지난 22일 사건접수 후 현지 변호인을 통해 범인들과 접촉을 했다면 대충 사건의 성격 정도는 파악했을 것이고,청와대가 이를 침착하게만 보고했더라면 대통령이 잠자리에 드는 국민들에게 천근같이 걱정스런 소식을 전하는 일만은 피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수진 정치부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