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3일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가 남북관계 경색 해소를 위해 대북특사 파견을 건의키로 한 것과 관련,"현재 시점에서 그 쪽(북한)에서도 받기가 힘들고 받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기자실인 춘추관을 '깜짝'방문,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독도,금강산 사태를 해결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릴 것이나 적당히 얼버무리기보다 원칙에 맞춰 해결하는 게 맞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대북특사 파견에 대해 현재로선 부정적인 입장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함으로써 박 대표의 건의 발언 직후 부상했던 '박근혜 대북특사설'은 하루도 못 가 '없던 일'로 돼버린 셈이다.

이 대통령은 특히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해 "무장하지 않은 여성 관광객을 신분을 확인한 것도 아니고 뒤에서 쐈는데 이는 남북문제를 떠나 국가 간의 통상적인 원칙에도 벗어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북한이 다른 남북관계와 결부시킬 게 아니라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그에 따른 확실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확실히 그런 문제가 없도록 정부 대 정부,당사국 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한이 공동 조사 요구를 받아들이는 등 선(先) 조치가 없을 경우 대북 문제에서 양보하지 않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중.일 정상회담과 관련,"우리가 제안한 것"이라면서 "아직 날짜가 안 정해졌고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두고 보자"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오는 9월 유엔 총회 참석 여부에 대해 "아직 결정이 안 됐으나 러시아에도 가야 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총리를 보냈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수도권 규제완화와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후퇴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차근차근 계획대로 잘될 것"이라며 "언론에 어떻게 나든 간에 실용정부라고 했으니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경제가 어려울 때 욕을 먹더라도 경쟁력을 많이 올려놔야 한다"며 "차근차근 해놓으면 여건이 좋아질 때 (경쟁력이) 올라가는 것이고 당장의 위기상황만 모면하려면 뒤로 밀리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은 "선(先) 지역(발전),후(後) 수도권 규제 합리화의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과거에 너무 행정구역 (중심)으로 하니까 발전이 없는 만큼 이제는 광역으로 해야 하고 개개 혁신도시가 어떻게 되느냐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홍영식/박수진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