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가업승계는 미래다] (4) 경제대국 미국·일본은 ‥ GDP 50%·고용 30% 가족기업이 창출
미국에서 가장 잘 팔리는 맥주는 버드와이저.뉴욕 인근의 뉴저지주와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그렇지 않다. 토박이 주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맥주는 '잉링(Yuengling)'이다. 버드와이저보다 약간 향이 진한 이 맥주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보면 이곳 출신인지 구분할 수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잉링은 동부지역 6개주를 중심으로 팔린다. 무엇보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맥주로 유명하다. 잉링이 만들어진 것은 1829년.독일계 이민자인 데이비드 잉링에 의해 펜실베이니아주 포츠빌에서 설립됐다. 현재 최고경영자(CEO)는 창업자의 5대손인 리처드 잉링 주니어.연간 1억2000만배럴의 맥주를 생산하는 미국 내 6위 맥주회사다.

홀마크는 팬시카드로 유명하다. 2만명이 넘는 종업원에 42억달러의 매출액을 올리는 대기업이다. 이 회사가 만들어진 것은 1910년.당시 18세이던 조이스 클라이드 홀이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회사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역대 회장은 고작 2명뿐.창업자인 조이스 홀이 1대 회장을 지냈다. 현 회장인 도널드 홀은 조이스 홀의 아들이다. CEO이자 사장인 도널드 홀 주니어는 창업자의 손자다. 개인사업 부문 사장인 데이비드 홀 역시 창업자의 손자로 CEO인 도널드 홀 주니어의 동생이다. 아버지와 아들 2명이 지배구조를 장악하고 있는 전형적인 가족기업이다.

이처럼 미국에서도 오래된 가족기업이 많다. 가족기업 중 가장 오래된 기업은 '질디안 심벌즈'.악기인 심벌즈를 만든다. 아르메니안인 아베디스 1세에 의해 1623년 유럽에서 창업된 이후 미국으로 이민와 현재 14대째 가족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비단 중소기업만이 아니다. 매출액 기준 세계 최대 회사인 월마트도 대표적 가족기업이다. 또 포드자동차 카길 AIG 모토로라 등 미국을 대표하는 상당수 기업들이 후손들에 의해 경영되거나 소유되고 있는 가족기업으로 손 꼽힌다.

미국 전체 기업의 54.5%가 가족기업일 정도로 자본주의 본국이라는 미국 내에서도 가족기업의 뿌리는 깊다. 가족기업의 미국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기여도와 고용 기여도는 각각 50%와 30%에 달한다.

[中企 가업승계는 미래다] (4) 경제대국 미국·일본은 ‥ GDP 50%·고용 30% 가족기업이 창출
미국은 중소 규모 가업 승계를 위해 상속세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가족기업이 상속 대상일 경우 상속세를 5년 거치 후 10년에 걸쳐 분할 납부토록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아울러 가업 승계 지분에 대해서는 면세한도를 점차 확대하는 방법으로 가업 승계를 장려하고 있다. 전체 상속세도 줄어드는 추세다.

2001년부터 도입한 법안에 따라 내년까지 면세한도가 확대되고 최고세율이 순차적으로 인하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1년 60%에 달했던 최고세율은 올해 45%로 낮아졌다. 면세한도도 2001년 67만5000만달러에서 올해는 300만달러로 늘었다. 오는 2010년에는 아예 상속세와 면세한도가 폐지된다. 세금을 전혀 내지 않고 자유로운 상속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물론 상속세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시행하는 법은 한시법이어서 별다른 입법 조치가 없으면 2011년에는 2001년 수준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렇지만 공화당은 영구 감세안을 추진 중이고 민주당도 상속세 최고세율을 낮추는 데 이견이 없다. 따라서 소규모 가족기업들의 경우 세금 부담 없이 쉽게 상속할 수 있는 선에서 절충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