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국내 경제의 복합불황에 대한 우려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경기 둔화가 부동산 거품 붕괴에 의한 금융 부실로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다. 다행히 아직까지 심각한 문제가 될 만한 현상은 적어도 지표상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지난 몇 년 동안 천정부지로 올랐던 강남 '버블 세븐' 지역의 일부 아파트 가격이 내리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주택가격지수를 보면 서울과 전국 모두 국내 주택 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다.

또한 금융권의 부동산 담보 대출에 따르는 위험도도 이전에 비해서는 상당 수준 낮아졌다. 정부가 오래전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에다 총부채상환비율(DTI)까지 도입해 엄격하게 부동산 대출을 관리해 온 덕택이다. 따라서 지금 상황은 국내 부동산 가격이 급락해 국내 금융 부문이 부실하게 됨으로써 우리 경제를 복합불황의 수렁으로 빠뜨릴 단계는 전혀 아니다.

문제는 부동산 거래,부채상환능력,금융사 건전성이라는 부동산 시장을 둘러싼 3대 여건이 모두 점차 악화되고 있는 점에 있다. 우선 주택 거래가 시원치 않다.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면서 건설사 부도 수도 증가하고 있는 점이다. 부동산 담보 대출의 상환 여건도 심상치 않다. 물가 상승 등으로 실질 소득은 줄어드는데 가계 부채는 지속적으로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수익성 악화로 중소기업의 연체율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국내 금융사의 부동산 담보 대출 비중이 워낙 높은 것 역시 부담이다. 국내 은행의 경우는 총대출금에서 차지하는 부동산 대출 비율이 47%이고 저축은행은 무려 70%에 달한다.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 당시 은행들의 부동산 대출 비중이 20%대이고,일본 상위 200개 저축은행의 부동산 담보 대출 비율이 40%였던 점에 비하면 너무 높은 수준이다. 이에 더해 73조원에 달하는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 자금의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금융회사들의 마음을 졸이게 하는 위험 요인이다.

앞으로 예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내수 경기의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금리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경우다. 부동산 시장은 더욱 얼어붙어 가격 하락세는 가팔라지고 대출 상환 능력은 취약해져서 대출 금융사의 부실은 불어날 게 뻔하다. 따라서 지금은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한 사전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다. 우선 내수 경기의 급락을 막는 경기조절 정책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투자 활성화 등으로 일자리를 최대한 늘려 가계소득의 급속한 감소를 방지해야 한다. 또한 금리 인상은 종합적인 국내외 경기 상황을 감안해 신중히 결정함이 마땅하다.

둘째,부동산 시장의 급랭을 막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금융 세제상의 규제 완화 등을 통해 건설사의 줄도산 사태를 막아야 한다. 이에 더해 장기 보유 1가구 1주택자나 2주택자들에 대한 세 부담 경감 등을 통해 부동산 거래를 활성화하는 한편 소득 저하를 보전하기 위한 가계의 자산 유동화를 촉진해야 한다.

셋째, 금융사의 신중한 대처가 요구된다. 중소기업이나 건설업에 대한 면밀한 경영 진단 등을 통해 무리한 대출뿐만 아니라 막무가내식 대출 회수나 중단도 자제해야 한다.

넷째, 건설업체들의 자구 노력도 중요하다. 수요자 기호에 맞고 국제적인 경쟁력을 지닌 건설 특화 부문을 개발하는데 더욱 매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금융 건전성 강화를 위한 금융 당국의 보다 큰 노력도 절실하다. 최근에 눈에 띄게 늘고 있는 파생금융 상품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과 감독 체계를 강화해 작은 부실이 큰 부실로 순식간에 불어나는 부실의 '눈덩이 현상'을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