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키운 '좋은사람들' 매각한 주병진씨…"感 둔해져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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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사람들'은 더 이상 개인의 아이디어와 크리에이티브로 키워 가기에는 어려운 회사가 됐습니다. 더 큰 성장,세계 무대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이고 시스템화한 경영이 필요합니다. 늘 입버릇처럼 회사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때는 기꺼이 회사를 떠나겠다고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금이 그때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여러분은 내 인생에 있어 가장 뜨거웠던 시기를 함께했던 친구였고,가족이었습니다. "
23일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의 주주총회에서 주병진 대표(50)는 18년 만에 물러나면서 직원들에게 이 같은 고별사를 남겼다. 사실상 '연예인 사업가 1호'인 그는 1990년 사무실도 없이 단 세 명의 직원과 시작한 속옷회사를 7개 브랜드에 1238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업체로 키워냈다.
혈기 왕성한 30대 초반에 연예계 생활을 접고 오로지 회사를 키우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던 주 대표는 지난달 지분 30.05%와 경영권을 이스타어패럴에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각종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10년 넘게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를 거절해 온 그가 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22일) 서울 동교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주 대표는 자신의 사퇴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2000년 여대생 성폭행 사건 누명을 쓰면서였다. 7년이 지난 뒤 누명을 벗긴 했지만 세상에 대해 회의하고,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던 시기였다. 그는 "초기에는 창의성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자신을 비롯해 관리 능력이 오너에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또 결정적으로 '연식'이 오래돼 그런지 점차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그는 "중소기업에서 오너의 역할은 전쟁터 최전선에 있는 병사와 같다"며 "오너가 꺾이면 그 회사는 바로 꺾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매각 상대로) 이스타어패럴을 선택하기까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직원들의 고용 승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꿈이 연예인이 아닌 사업가였다고 말했다.
쌍방울.백양.태창 3강이 속옷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던 1990년,적어도 넷째는 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성 내의 전문업체 '제임스딘'을 설립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의 제작을 의뢰하면 '연예인이나 하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며 공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내놓기는 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차 팔고 집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했고,새벽 2~3시까지 안양.수원을 거쳐 평택까지 밤무대를 돌며 돈을 댔다. 그는 "월급을 가끔 못 줄 때도 있었지만 직원들에게 월급봉투를 건넬 때의 뿌듯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주 대표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출연 중인 주말 오락프로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뜨면서 회사도 덩달아 유명세를 탄 것.백색 내의가 대세였던 속옷시장에 '연예인 주병진'이 내놓은 패션 내의가 관심을 끌면서 팬티 한 장이 1600원일 때 제임스딘 제품은 4500원 정도에 팔렸다.
'제임스딘'이 상표권 분쟁에 휩싸이자 그 대안으로 '보디가드'를 탄생시켜 또 대박을 터뜨렸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란제리 패션쇼를 개최해 장안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태창 비비안 등 속옷회사 관계자들이 모두 몰려와 쇼를 관람했다"며 "첫날 100개 보디가드 전문점 계약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고 자랑했다. '좋은사람들'은 패션 내의 선물,커플.건강 내의,펀(fun) 내의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는 중견 속옷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불거진 해외 원정 도박 등 연예인 사업가인 주씨에게는 각종 악성 루머들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진 것인지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한때 카페를 할 때나 '좋은사람들'을 경영할 때도 뒷돈을 대주는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연예인이 사업에 뛰어들어 잘 되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선은 푹 쉬고 싶다"면서도 사업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해외에서 한국음식을 바탕으로 외식사업을 할지,다시 의류사업을 시작할지를 재충전 시간을 가지면서 구상해 보겠다는 것.또 방송에 대한 미련도 여전했는데,그는 "정통 시사토크 프로그램 등에 관심이 많은데 방송 트렌드가 급변해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주 대표는 주총 이후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지만 1년간 고문 자격으로 '좋은사람들'을 도울 계획이다.
글=안상미/사진=양윤모 기자 saramin@hankyung.com
23일 속옷업체 '좋은사람들'의 주주총회에서 주병진 대표(50)는 18년 만에 물러나면서 직원들에게 이 같은 고별사를 남겼다. 사실상 '연예인 사업가 1호'인 그는 1990년 사무실도 없이 단 세 명의 직원과 시작한 속옷회사를 7개 브랜드에 1238억원(지난해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업체로 키워냈다.
혈기 왕성한 30대 초반에 연예계 생활을 접고 오로지 회사를 키우는 데 모든 열정을 쏟아부었던 주 대표는 지난달 지분 30.05%와 경영권을 이스타어패럴에 넘기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각종 소문들이 무성했지만 10년 넘게 언론과의 공식 인터뷰를 거절해 온 그가 주총이 열리기 하루 전(22일) 서울 동교동 본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가졌다.
주 대표는 자신의 사퇴가 갑작스러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런 고민을 하게 된 것은 2000년 여대생 성폭행 사건 누명을 쓰면서였다. 7년이 지난 뒤 누명을 벗긴 했지만 세상에 대해 회의하고,직원들의 사기도 떨어졌던 시기였다. 그는 "초기에는 창의성으로 회사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 자신을 비롯해 관리 능력이 오너에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또 결정적으로 '연식'이 오래돼 그런지 점차 제품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그는 "중소기업에서 오너의 역할은 전쟁터 최전선에 있는 병사와 같다"며 "오너가 꺾이면 그 회사는 바로 꺾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주 대표는 "(매각 상대로) 이스타어패럴을 선택하기까지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한 것은 직원들의 고용 승계였다"고 말했다.
그는 본래 꿈이 연예인이 아닌 사업가였다고 말했다.
쌍방울.백양.태창 3강이 속옷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던 1990년,적어도 넷째는 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남성 내의 전문업체 '제임스딘'을 설립했다. 그는 "처음에는 내의 제작을 의뢰하면 '연예인이나 하지 왜 이런 일을 하느냐'며 공장에서 문전박대를 당하기 일쑤였다"고 밝혔다. 우여곡절 끝에 제품을 내놓기는 했지만 소비자의 반응은 아주 냉담했다. 차 팔고 집 팔아 운영자금을 마련했고,새벽 2~3시까지 안양.수원을 거쳐 평택까지 밤무대를 돌며 돈을 댔다. 그는 "월급을 가끔 못 줄 때도 있었지만 직원들에게 월급봉투를 건넬 때의 뿌듯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주 대표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출연 중인 주말 오락프로인 '일요일 일요일 밤에'가 뜨면서 회사도 덩달아 유명세를 탄 것.백색 내의가 대세였던 속옷시장에 '연예인 주병진'이 내놓은 패션 내의가 관심을 끌면서 팬티 한 장이 1600원일 때 제임스딘 제품은 4500원 정도에 팔렸다.
'제임스딘'이 상표권 분쟁에 휩싸이자 그 대안으로 '보디가드'를 탄생시켜 또 대박을 터뜨렸다. 1995년에는 국내 최초로 란제리 패션쇼를 개최해 장안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태창 비비안 등 속옷회사 관계자들이 모두 몰려와 쇼를 관람했다"며 "첫날 100개 보디가드 전문점 계약이라는 사상 초유의 기록을 남겼다"고 자랑했다. '좋은사람들'은 패션 내의 선물,커플.건강 내의,펀(fun) 내의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쏟아내며 관련 업계를 긴장시키는 중견 속옷업체로 성장했다.
최근 불거진 해외 원정 도박 등 연예인 사업가인 주씨에게는 각종 악성 루머들도 끊이지 않았다. 그는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전생에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진 것인지 근거없는 소문들이 나는 이유를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개탄했다. "한때 카페를 할 때나 '좋은사람들'을 경영할 때도 뒷돈을 대주는 여자가 있다는 소문이 무성했다"며 "연예인이 사업에 뛰어들어 잘 되다 보니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우선은 푹 쉬고 싶다"면서도 사업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해외에서 한국음식을 바탕으로 외식사업을 할지,다시 의류사업을 시작할지를 재충전 시간을 가지면서 구상해 보겠다는 것.또 방송에 대한 미련도 여전했는데,그는 "정통 시사토크 프로그램 등에 관심이 많은데 방송 트렌드가 급변해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러워 했다. 주 대표는 주총 이후 경영에서는 완전히 손을 떼지만 1년간 고문 자격으로 '좋은사람들'을 도울 계획이다.
글=안상미/사진=양윤모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