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화랑가의 비수기지만 올해는 라틴아메리카 거장전,이탈리아 조각전,비디오아트전 등 굵직한 작품전이 잇달아 열린다. 휴가철 도심 미술관이나 화랑에서 더위를 식히며 작품을 감상하는 '아캉스(Art+Vacance)족'을 겨냥한 전시회다.

칵테일을 마시면서 작품을 감상하도록 전시장에 미니바를 꾸며놓는가 하면 그림과 영화를 연계시킨 이색 프로그램 등 형식도 다양하다. 전시장에서 점심을 먹으며 그림을 꼼꼼히 살펴볼 수 있는 미술전도 등장했다. 불황에 물가 상승이 겹친 요즘 여행을 가지 못한 사람들은 이들 전시장을 찾아 '문화휴가'를 즐겨볼 만하다.

서울 인사동의 신생 화랑 그라우갤러리는 가벼운 음료나 칵테일을 마시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휴가철 맞춤 전시회를 열고 있다. 주제는 '미드 서머나잇 드림-영상과 그림과 술이 있는 한여름 밤의 꿈(8월10일까지)'.휴가를 맞은 직장인 관람객들이 여행하는 기분으로 갤러리를 찾을 수 있게 미니바를 꾸며놓았다. 전시장에서 영화도 볼 수 있다. '거짓말'의 주연을 맡았던 이상현씨의 영상작품 '가브리엘 데스트레의 니르바나',신세대 비디오 작가 숀 글래드웰의 '음화로 된 서예와 해골' 3부작,프랑스 영화감독 크리스티앙 메를리오의 '드라큘라의 고향을 찾아서' 등이 상영된다.

미술관에서 점심을 먹으며 작품을 감상하는'미술과의 데이트-런치 프로그램'도 눈길을 끈다. 진정한 '쉼'과 '놂'의 의미를 생각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기를 수 있는 사비나미술관의 '크리에이티브 마인드전'(8월15일까지)이다. 큐레이터들이 현대미술 작가 20명의 작품 40여점을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준다.

남미 특유의 정열적인 미학과 영화를 연계시킨 서울 덕수궁미술관의 '20세기 라틴아메리카 거장전'(11월9일까지)은 남미 16개국 대표작가 80명의 작품 120여점을 보여주는 기획전이다. 멕시코 벽화운동의 거장 디에고 리베라를 비롯해 콜롬비아 출신의 페르난도 보테로,칠레의 로베르토 마타 에차우렌,쿠바의 위프레도 람 등의 작품을 보며 미술여행을 할 수 있다. 이화여대 예술영화 전용관 아트하우스모모에서 남미 영화를 감상하는 '라틴아메리카로 떠나는 영화 배낭여행'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된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