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街 술에 취했다" … 부시, 금융위기 부적절 비유로 또 구설수
잦은 말실수로 구설이 끊이지 않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번에는 미 금융위기를 "월가가 술에 취했다"고 비유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고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18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공화당 하원의원 후보인 피트 올슨의 후원금 모금 비공식 행사에 참석,미 금융시장과 주택 경기 침체를 언급하며 "월스트리트는 술에 취했다(Wall Street got drunk)" "월가 은행들은 여전히 숙취 상태에 빠져 있으며 언제 깨어나 금융시장이 제자리로 돌아가게 될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생상품과 관련해선 "언제쯤이면 더 이상 이 같은 공상적인 금융상품들이 다뤄지지 않을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의 이 같은 언급은 당시 행사 참가자 중 한 사람이 휴대폰 카메라로 동영상을 촬영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22일 올리면서 공개됐다. 부시 대통령은 현장을 취재하던 TV 카메라를 모두 끄도록 요청한 뒤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은 "부시 대통령은 월가에서 복잡한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파생상품 운용으로 미 주택시장이 큰 충격을 입은 상황에 대해 좀 더 다채로운 표현을 빌려 말한 것일 뿐"이라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FT는 부시 대통령이 그동안 정상회담이나 해외 순방 때 던진 가벼운 농담으로 종종 웃음거리가 되긴 했지만 이번처럼 매우 민감한 경제사안에 관한 사적인 발언으로 문제가 돼 유튜브 동영상에까지 오른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또 앞서 부시 대통령이 "현재 미국 은행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건전하며 미국 경제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다고 본다"고 밝혔던 것과도 매우 배치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