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부동산 세제 개편 방향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엇갈린다. 여당인 한나라당은 늘어나는 미분양과 침체된 주택경기를 감안해 대폭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부동산시장 불안을 부채질하는 부자를 위한 정책'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따라서 관련 법 개정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최경환 수석정조위원장은 "재산세가 한꺼번에 20% 가까이 오른다는 것은 세제적인 결함이 있다고밖에 할 수 없다"며 "지난 정부가 세금폭탄을 터뜨렸는데 시한폭탄을 터뜨렸다. 지난 정부에서 설치한 시한폭탄이 지금 폭발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은 "양도세 완화 기조는 대선공약이었다"(임태희 정책위의장)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온터라 양도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포함한 부동산 세제 전반에 메스를 댈 가능성이 높다. 임 의장은 "종부세 완화의 대전제는 부동산시장 안정"이라고 했지만 종부세를 6억에서 9억으로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한 이종구 의원은 "당내에서도 이에 대한 공감대가 높다"고 했다.

재산세 부과 방식을 누진세에서 단일세율 적용으로 바꾸자는 것에 공감한 강만수 재정기획부 장관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세금 부과 방식을 우리만 고집해서야 되겠나"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주택 거래부진과 미분양에 따른 건설경기 침체가 경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여당으로서 이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상황인식이 자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부동산 세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조세의 형평성을 저해하고 시장 과열을 불러올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종부세 대상자가 주택소유자의 2%밖에 안 되는데 정부와 여당은 종부세 과세기준을 완화하고 서민에게 타격을 주는 공공요금은 대폭 인상하려 한다"며 "종부세 완화는 안정세를 유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오제세 제3정조위원장은 세부담 상한선의 하향조정 등 재산세 완화 방침에 대해 "세금을 깎으면 그만큼을 다른 부분에서 메워야 한다. 6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사람들의 세금 부담을 덜어주면 그만큼 서민들의 세 부담은 늘어난다는 뜻"이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오 위원장은 "6억원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국민이 10%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세금 감면 부담은 나머지 90%에게 돌아온다"고 지적했다.

단일세로 재산세 부과 방식을 바꾸려는 움직임에 대해서도 이용섭 제4정조위원장은 "보유세 강화와 거래세 인하는 김영삼 정부 이후 일관된 부동산 정책 기조였다"면서 "보유세를 강화하려면 재산이 많을수록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구조가 불가피하다. 우리와 다른 외국의 현실을 가져와 단일 과세를 시행하자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1주택자 양도세 인하에 대해 민주당은 취ㆍ등록세를 낮출 필요는 있지만 양도세 인하는 신중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노경목/유창재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