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묻힌 소설 '다시 쓰기'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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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호씨의 장편소설 ≪머저리 클럽≫(랜덤하우스코리아)이 새로 나왔다. 고교생들의 성장통을 그린 이 소설은 출생신고만 벌써 세 번째다. 한 번은 개정판으로, 또 한 번은 제목을 바꿔서, 이번엔 원작에 가장 가깝게 재탄생한 것.
원래 제목은 1973년에 출간된 ≪우리들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 해에 출간된 최씨의 소설 ≪별들의 고향≫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1975년에 같은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고 1985년에는 ≪황홀연습≫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주먹다툼 장면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앞부분 100장이 축약됐다.
이번에 나온 ≪머저리 클럽≫에는 '잘린 부분'들이 완벽하게 복원됐다. 작가가 '순수의 끄트머리에서 쓴 유일한 성장소설'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인 데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과의 공감대도 클 것으로 보고 '세 번째 출간'을 단행했다. 내용은 근대화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고등학생 여섯명의 질풍노도 시절을 그린 성장소설.
이처럼 유명 작가들이 예전의 작품을 수정해 다시 내놓는 '리라이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홍신씨와 은희경씨도 개인적인 애착을 갖고 있던 작품에 새 옷을 입혀 내놓았다. 출판사들 역시 '아깝게 묻힌' 작품들을 재발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김홍신씨는 1996년에 내놨던 ≪삼국지≫(전5권.리샘)를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한 말기에서 삼국 정립과 진의 중국 통일까지 약 100여년(184~280년)에 걸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출간 초기에 큰 인기를 끌었으나 당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작가의 정치적 발언들이 문제가 되면서 판매 부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번에 재출간한 것은 '삼국지 열풍'이 불고 있는 데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망언 등으로 역사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 10권으로 구성돼 있던 초판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5권으로 재편성하고 독서 리듬도 살렸다. 각 권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원색 삽화를 넣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평역했던 이전 것과 달리 이번엔 객관성을 더해 '편역'으로 바꿨다.
은희경씨는 1999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문학동네)를 다시 내놨다. 의대생인 '준'과 '진',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섬세한 문체로 그렸다. 은씨는 '내가 쓴 유일한 연애소설'이라며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백영옥의 ≪스타일≫ 등 깊이감 있는 연애소설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것도 재출간의 한 이유다.
은씨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일부러 작품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당시의 감성으로 완성된 책이기 때문에 그 감성을 그대로 책에 담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주연 아리샘 대표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인기 작가들의 책 중에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가들이 재출간할 때 출판사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작가 섭외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지혜"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원래 제목은 1973년에 출간된 ≪우리들의 시대≫였다. 그러나 그 해에 출간된 최씨의 소설 ≪별들의 고향≫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하면서 상대적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1975년에 같은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고 1985년에는 ≪황홀연습≫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됐다. 하지만 주인공들의 주먹다툼 장면이 폭력적이라는 이유로 원고의 앞부분 100장이 축약됐다.
이번에 나온 ≪머저리 클럽≫에는 '잘린 부분'들이 완벽하게 복원됐다. 작가가 '순수의 끄트머리에서 쓴 유일한 성장소설'이라며 강한 애착을 보인 데다 입시지옥에 시달리는 청소년들과의 공감대도 클 것으로 보고 '세 번째 출간'을 단행했다. 내용은 근대화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던 1960~1970년대를 배경으로 고등학생 여섯명의 질풍노도 시절을 그린 성장소설.
이처럼 유명 작가들이 예전의 작품을 수정해 다시 내놓는 '리라이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홍신씨와 은희경씨도 개인적인 애착을 갖고 있던 작품에 새 옷을 입혀 내놓았다. 출판사들 역시 '아깝게 묻힌' 작품들을 재발굴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김홍신씨는 1996년에 내놨던 ≪삼국지≫(전5권.리샘)를 새로운 버전으로 선보였다. 이 작품은 한 말기에서 삼국 정립과 진의 중국 통일까지 약 100여년(184~280년)에 걸친 상황을 다루고 있다. 출간 초기에 큰 인기를 끌었으나 당시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작가의 정치적 발언들이 문제가 되면서 판매 부수가 급격히 줄었다.
이번에 재출간한 것은 '삼국지 열풍'이 불고 있는 데다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망언 등으로 역사물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 10권으로 구성돼 있던 초판을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5권으로 재편성하고 독서 리듬도 살렸다. 각 권의 주요 인물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원색 삽화를 넣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평역했던 이전 것과 달리 이번엔 객관성을 더해 '편역'으로 바꿨다.
은희경씨는 1999년에 출간한 장편소설 ≪그것은 꿈이었을까≫(문학동네)를 다시 내놨다. 의대생인 '준'과 '진',그리고 '그녀'의 사랑을 섬세한 문체로 그렸다. 은씨는 '내가 쓴 유일한 연애소설'이라며 이 작품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정이현의 ≪달콤한 나의 도시≫, 백영옥의 ≪스타일≫ 등 깊이감 있는 연애소설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트렌드와 잘 맞아떨어진 것도 재출간의 한 이유다.
은씨는 다른 작가들과 달리 일부러 작품에 손을 대지 않았다. 그는 "당시의 감성으로 완성된 책이기 때문에 그 감성을 그대로 책에 담고 싶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주연 아리샘 대표는 "출판사 입장에서도 인기 작가들의 책 중에 빛을 보지 못한 작품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작가들이 재출간할 때 출판사를 바꾸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작가 섭외의 좋은 기회로 활용하는 것도 지혜"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