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선 철의 10배강도인 '탄소섬유車' 개발박차
국내 섬유업체, 자동차 내장재분야 집중 공략


골프채 샤프트,휴대폰,산소통,낚싯대,광케이블,자동차의 브레이크 패드….

철강 플라스틱 등을 소재로 사용해 온 제품에 고강도 섬유가 신소재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철의 10배에 달하는 강도를 지닌 탄소섬유는 자동차 차체나 비행기 동체 등으로 용도를 넓히면서 철강산업 영역을 넘보고 있다. 섬유업계가 산업용 소재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제2의 섬유 르네상스'를 꿈꾸고 있다. 효성은 엔지니어링 섬유를 대표하는 타이어코드 부문 세계 1위에 올라섰고,코오롱은 미국 듀폰과 일본 데이진에 이어 세 번째로 '꿈의 신섬유'로 불리는 '아리미드 섬유(일명 슈퍼섬유)'를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하지만 일본 섬유업계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앞서가는 '섬유강국' 일본


鐵보다 강하다 … 섬유의 재발견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4일 일본 정부와 도레이 닛산자동차 도쿄대 등이 산.학.연 공동으로 자동차용 탄소섬유 소재 개발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2010년 중반 양산목표인 '탄소섬유차'는 자동차 무게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철강재 대부분을 탄소섬유로 대체,차의 중량을 현재보다 최대 40% 가까이 줄이는 게 목표다. 이럴 경우 연비는 기존 자동차에 비해 30%가량 개선되고,자동차 한 대당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30% 줄어든다.

탄소섬유는 자동차의 주력 소재인 철에 비해 중량이 4분의 1에 불과한 반면 강도는 10배에 달한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이미 항공기나 경주용 자동차 등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가격이 비싼 게 문제다. 강재는 1㎏에 100엔대(약 960원),알루미늄은 300~400엔대인 반면 탄소섬유는 수천엔대에 달해 보급이 늦어지고 있다.

도레이 등은 차량용 탄소섬유 개발과 동시에 효율적인 양산 시스템을 구축,차체와 부품의 생산 비용을 철강재 수준으로 끌어 내린다는 계획이다. '탄소섬유차' 공동개발에는 도레이 외에 혼다 미쓰비시레이온 도요보 다카키세이코 등 소재 및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참여한다. 탄소섬유는 현재 도레이 등 일본 3대 메이커가 전 세계 수요의 70%를 공급하고 있다.

◆추격에 시동 건 한국업계

중국 베트남 등과의 저가경쟁에서 밀려난 국내 섬유업체들도 산업용 섬유에서 활로를 찾기 시작했다. 국내 업체들은 산업용 섬유시장중 비중이 높은 자동차 내장재 분야를 집중 공략하고 있다. 고유가로 인한 연비 향상과 친환경 추세에 맞춰 완성차 업체들이 기존 소재를 섬유로 대체,시장전망이 밝은 편이다.

또 광케이블,필터,광섬유 등 공업용 분야에서도 난연성과 고강도를 자랑하는 첨단섬유들이 고무 등 기존소재를 빠른 속도로 밀어내고 있다. 난연성 커튼 등 인테리어 분야를 비롯,방음재 단열재 등의 건축.토목분야에서도 산업용 섬유의 대체수요가 늘고 있다. 산업용 섬유로 체질을 바꾸면서 국내 섬유산업은 7년 만에 무역흑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1.6% 수출 증가세로 돌아선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지난 6월 현재 전년 동기보다 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첨단 신섬유 성과 가시화

'아라미드 섬유'의 상용화에 성공한 코오롱은 '나노섬유'개발에 착수했다. 폴리에스터 1위업체인 휴비스는 자동차 내장재 등으로 쓰이는 'LM(Low Melting) 화이버' 섬유를 개발,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효성은 올해 정부와 함께 '탄소섬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섬유산업의 무게중심도 점차 산업용 섬유분야로 이동하는 추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국내 섬유산업의 총매출에서 산업용 섬유 비중(의류부문 대비)은 80년대 10% 수준에서 현재 25% 수준으로 높아졌다.

하명근 섬산련 부회장은 "산업용 섬유비중이 60%를 웃도는 일본 미국 등에 비해 아직 갈 길이 멀지만,국내 섬유산업도 산업용 섬유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