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슈퍼 리치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지속돼온 몇 가지 투자공식이 변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가장 예의주시하는 변화는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한층 강해졌던 달러화 가치와 유가 간 부(負)의 상관관계가 약해지고 있는 점이다. 유가 상승이 대세인 때는 달러화 가치 간의 대체관계가 강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 들어 이 관계가 약해진다는 것은 앞으로 유가가 하락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된다. 실제로 지난 6개월 동안 서부텍사스 원유(WTI) 가격과 달러화 가치 간의 상관관계를 추정한 골드만삭스의 젠스 노르디빅은 "올 2월 -0.65였던 상관계수가 최근에는 -0.48로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반기 통화정책 보고서를 발표하는 의회 청문회에서 "달러 약세가 유가 상승에 기여하는 정도가 약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엔.캐리 트레이드(낮은 금리의 엔화를 빌려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곳에 투자하는 거래) 자금이 청산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미국으로 유입되는 점도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에서는 엔.캐리 자금이 유입될 때는 S&P500 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어느 정도 정형화된 사실이다. 리먼 브러더스의 브랜트 도넬리는 "이제는 미국 주식을 내다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투자패턴은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유가와 달러화 가치 간의 대체관계 이상으로 강하게 나타났던 유가 상승과 미국 금융주 하락 간의 관계가 최근에는 유가 하락과 금융주 상승으로 바뀌고 있는 점도 관심있게 지켜보는 대목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낮아져 금리 인상 필요성이 줄어들 경우 어느 업종보다 금융업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세 가지 투자공식이 바뀌는 것은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지난 1년 이상 짓눌려 왔던 금융위기와 고유가 문제가 풀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에 따른 금융위기는 올 3월 베어스턴스 사태로 부채를 자산화시킨 금융상품 부실을 처리한 데 이어,이번에 패니매와 프레디맥 사태로 불거진 부채 원본 문제까지 처리될 경우 더 이상 나빠질 단계는 없는 상태다. 또 고유가 문제도 최근 들어 세계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로 투기세력들이 속속 원유시장에서 이탈하는 모습이 감지된다. 특히 대표적 증시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가 "앞으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것에 대해 시장 참여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증시 비관론자들이 악재보다 호재를 언급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추세적으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변화가 일고 있는 투자공식들은 올 여름 휴가철 이후 슈퍼 리치들의 투자전략에서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이런 때일수록 투자자들은 시장 흐름에 부화뇌동하는 것보다 최근 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예의주시하면서 냉정하게 대처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한 투자 자세이지 않나 생각한다.

한상춘 객원 논설위원 겸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부소장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