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24일 독일을 방문한 민주당의 라이벌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오하이오주에 있는 독일 소시지 레스토랑을 찾았다.

중동순방을 마치고 독일에 입성한 오바마는 이날 저녁(현지시간) 베를린 승전탑(지게스조일레) 주변 티어가르텐 공원에서 20만명의 구름청중을 모아놓고 국가,인종, 종교 사이에 놓인 `새로운 벽'을 허물자고 역설하는 동안 그는 소박한 독일 레스토랑을 찾은 것.

이날 오하이오에서의 독일 음식점 방문은 전날 허리케인 돌리의 영향으로 루이지애나 일정이 취소됨에 따라 급조된 `이벤트.'

이에 맞춰 공화당 전국위원회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뉴햄프셔주에 독일 베를린과 같은 이름을 가진 지역에서 `반(反) 오바마' 선거광고를 내보내는 등 매케인을 측면지원했다.

이런 움직임은 오바마의 독일방문을 다분히 의식한 것이지만, 역사적이라고까지 불릴만한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을 물타기 하기에는 왠지 초라하고 유치한 측면까지 있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관전평이다.

실제 미국 주요 방송이 일제히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을 실황 중계하고 통신들은 쉴 틈 없을 정도로 속보를 쏟아내면서 매케인의 소식은 가십성 기사로 묻히고 말았다.

매케인도 멋쩍은 탓인 듯 "나도 독일에서 연설하고 싶다.

하지만 미국 대통령 후보 자격보다는 대통령 자격으로 연설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매케인은 오바마의 베를린 연설에 대한 소감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이번 주에는 치솟는 식품, 연료값 등 경제 이슈에 집중할 것"이라며 핵심을 비켜갔다.

9일간에 걸친 오바마의 중동.유럽순방 기간 사실상 언론으로부터 `소외'를 당하고 있는 매케인은 어떻게든 오바마의 외유에서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다.

그는 25일 콜로라도주 애스펜에서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인 달라이 라마를 만날 예정이지만, 어느 정도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워싱턴연합뉴스) 고승일 특파원 ks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