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 지중해 크루즈 … 내 맘대로 편안히 골라 즐기는 '선상 판타지'
런던 찍고 파리를 거쳐 하이델베르크에 융프라우까지….

해외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은 대개 여러 나라와 더 많은 도시를 둘러보기를 원한다. 해외 여행은 아무 때나 훌쩍 떠날 만큼 쉬 돈과 시간을 낼 수 있는 게 아니어서 한 번 나간 김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보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욕심을 부리면 부린 만큼 몸이 피곤해지게 마련.

자연히 길에 뿌리는 시간도 많아져 정작 관광은 수박 겉핥기 식이 되기 십상이란 점도 '더 많은 나라와 더 많은 도시'에 지불해야 할 대가 중 하나다.

서부 지중해 크루즈 … 내 맘대로 편안히 골라 즐기는 '선상 판타지'
■여행의 꽃 크루즈 여행

크루즈 여행은 좀 다르다. 여러 나라와 도시를 한목에 구경할 수 있는 데다 이동 시간도 절약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선실 침대에 편안히 누워 잠을 자면 장거리 이동 끝이다. 날이 밝아 눈을 뜨면 어제와는 다른 나라,다른 도시가 기다린다.

그냥 배 위에서 시간을 보내도 여행이 완성된다. 선내 공연이며 이벤트를 즐기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바다에 떠 있는 초호화 리조트'란 말에 걸맞게 선내 시설도 없는 게 없다. 삼시세끼 뷔페식 식사에 간식과 밤참까지 배 위에서 해결할 수 있다.

자연히 여행 경비가 비싸고 일정도 긴 편이어서 선뜻 예약 전화를 넣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세계 크루즈 여행 수요는 1200만~1300만명.매년 6~7%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패키지에 식상한 개별 여행객과 가족 여행객을 중심으로 크루즈 여행 시장이 두자릿수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인이 가장 선호하는 지중해 크루즈

전 세계 크루즈 목적지는 2000여 곳.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여름의 알래스카와 함께 지중해 노선을 가장 선호한다. 그림 같은 지중해 풍경을 즐기며 유럽 여행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어서다.

지중해 크루즈 노선은 크게 '동부 지중해'와 '서부 지중해'로 나뉜다. 서부 지중해 노선은 로마,시실리섬 등 이탈리아 반도 서부와 스페인,프랑스 등지를 아우른다. 제노아 인근의 사보나 또는 로마에서 출발해 나폴리와 시실리섬,그리고 북아프리카의 튀니지와 스페인 바르셀로나,프랑스 마르세유 등지에 기항하는 일정이 일반적이다.

■코스타크루즈 콩코르디아호의 서부 지중해 유람

'콩코르디아호'는 코스타 크루즈가 자랑하는 대형 크루즈 선.11만2000t급으로 승무원을 포함한 최대 승선 인원은 3960명이다. 이탈리아,스페인,튀니지,몰타를 거치는 7박 일정의 서부 지중해 노선을 유람하고 있다.

스페인의 기항지는 바르셀로나. 바르셀로나는 스페인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스페인 역사·문화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1883년 착공한 지 120년이 넘은 지금까지 건설 중인 세계적 건축가 가우디의 성 가족성당이 대표적이다. 피카소박물관도 필수 코스.피카소의 작품 3000여 점이 전시되어 있다.

튀니지의 튀니스는 지중해 패권을 놓고 로마와 다투던 카르타고가 위치했던 곳.카르타고 함대의 본거지였던 퓨닉 항구의 유적이 볼 만하다. 하얀색과 파란색 집들이 있는 시디 부 사이드 민속마을 풍경도 그림 같다. 시실리의 주도인 팔레르모는 유럽과 아랍의 문화가 혼재돼 있는 곳.콘카 도로(황금 조개)라 불리는 원형극장을 비롯한 다양한 양식의 건축물이 남아 있다.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