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美 WTI(서부텍사스산 중질유) 기준 국제유가가 124달러선으로 급락하며 코스피 지수가 나흘 만에 120P나 뛰었다.

한국투자증권은 25일 이 같은 유가하락이 근본적으로 경기둔화를 의미한다는 것은 변함없지만 정부와 중앙은행의 묶였던 손을 풀어줘 스태그플레이션의 트랩에 갇혀있던 경제에 자정능력을 돌려준 것에 의의가 있다고 분석했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가하락 원인으로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헤지펀드 파산에 따른 포지션 청산 등 여러 가지가 거론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세계 경제가 유가하락 덕분에 많은 짐을 덜게 됐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가하락이 경기둔화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신호지만 사면초가 상황의 정부 당국에 운신의 폭을 넓혀 준 것은 크게 평가할 만 하다는 판단이다.

우선 유가하락으로 경상수지 적자폭 축소가 예상되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이 어느 정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외국인 매도 등으로 자본수지쪽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짐은 확실히 가벼워진다는 설명이다.

이에 환율이 하락 압력을 받게 되면 안팎에서 비판 받던 외환당국의 무리한 외환시장 개입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인플레 압력도 자연스레 약화될 것으로 봤다. 유가 하락으로 물가상승 요인이 줄어들고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원유 도입단가도 한층 낮춰질 것으로 보여 스태그플레이션을 언급하는 이들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박 애널리스트는 이에 따라 정부가 물가상승에서 자유로워지면 경기 문제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며 그 동안의 사면초가 상황에서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고채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하락하는 등 시장은 벌써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강도가 예상보다 약화될 가능성에 베팅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미 연준이 유가 하락으로 인해 금리인상을 서두를 필요가 없어졌다고 보도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한경닷컴 이혜경 기자 vix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