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집값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강남권 진입을 노리는 사람들은 언제 집을 사야할지 고민이다. 집을 팔고 이사가려는 강남권 주민들도 언제 팔아야 이득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체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강남 아파트 투자 적기로 꼽았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은 내년 이후에 파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많았다. 전문가들은 또 재건축 추진 아파트와 송파신도시가 투자가치가 높은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3일부터 25일까지 부동산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올해 하반기에도 강남 집값은 대체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재건축 규제와 부동산 세부담을 완화하기로 최근 발표했지만 집값을 반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정부의 부동산 세부담 완화 방침에는 가장 중요한 1가구 2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완화가 빠져 있고 대출 규제 완화도 언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침체에 빠진 강남권 거래 시장을 활성화시키기에는 미진하다"고 말했다. 황용천 와이플래닝 사장은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금리가 오르는 데다 송파구에서 신규 입주 아파트가 대거 쏟아지는 등 가격하락 요인이 많다"고 지적했다

강남 아파트 가격이 반등할 시기로는 내년을 꼽는 의견이 많았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강남권의 신규 대단지 입주가 마무리되는 데다 국내 경기도 내년 하반기부터 회복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내년 하반기부터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반등 시기를 유동적으로 보는 의견도 있었다. 전영진 예스하우스 사장은 "집권당이 정상적으로 부동산 규제 완화 입법을 추진할 즈음에야 반등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놨다.

내년에 집값이 반등할 가능성을 점친 의견이 많았다. 강남 아파트를 매수할 적기로는 대체로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를 꼽았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종합부동산세 회피 매물이 쏟아져 나오는 내년 4~5월에 매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경우 그동안 가격이 크게 떨어져 하반기에는 추가 하락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지금이 매수 타이밍"이라고 조언했다.

강남 아파트 소유자들은 내년 이후를 매도 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자금이 급히 필요한 일이 없다면 앞으로 종부세 과세 기준 상향에 따른 세부담 완화 가능성이 있고 가격 반등도 기대되기 때문에 내년 이후에 파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황 사장은 "올해 하반기 가격 바닥 시점을 지나 내년 상반기 이후를 노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시점에서 가장 투자성이 높은 강남 주택으로 재건축 대상 아파트와 단독주택을 꼽았다. 고 팀장은 "강남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만큼 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를 통해 신규 공급을 늘리려고 할 것"이라며 "저층 재건축 단지이고 소형 주택 의무비율 완화 수혜가 예상되는 서초구 반포동 구반포주공이 유망해 보인다"고 말했다. 곽창석 나비에셋 사장은 "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아파트에 비해 대지지분 가격이 낮은 단독주택 재건축 지역에 투자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송파구 잠실동 신규 입주 아파트를 꼽은 의견도 있었다. 백기웅 부동산써브 사장은 "잠실동은 잠실컨벤션벨트,제2롯데월드,동남권물류단지 등 호재가 많아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2년 안에 투자할 만한 대상으로는 송파신도시가 높은 점수를 얻었다. 김신조 내외주건 사장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분양가가 저렴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송파구 일대에 개발 호재가 많아 미래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