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27%ㆍ태국 8.9% 등 물가상승률 10~26년만에 최고

동남아 각국의 물가 고공행진이 꺾이지 않고 있다. 고유가 대책으로 보조금을 줄이는 식으로 자국 내 유류 가격을 인상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26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베트남 통계청은 7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에 비해 27%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고 24일 밝혔다. 1991년 이후 1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9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이다. 베트남 정부는 최근 보조금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휘발유 가격을 31% 인상했다.

말레이시아 역시 6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기 대비 7.7% 상승해 26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노르 모하메드 야콥 제2재무장관은 "에너지 보조금 폐지로 유가가 41% 뛰면서 물가상승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도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 대비)이 4,5월과 같은 7.5%를 유지해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3개월째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중앙은행 격인 싱가포르통화청은 이날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5~6%에서 6~7%로 상향 조정했다.

태국의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9%로 5월(7.6%)에 이어 10년래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태국 중앙은행은 고유가가 계속되면 7~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를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동남아 각국은 정부 지출을 줄이고 금리 인상을 검토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는 연말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5% 이내로 억제하기로 하고 당초 정부가 예정했던 사업 가운데 당장 급하지 않은 5000개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조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말레이시아 경제분석가들은 중앙은행이 2006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이달 말 기준금리를 3.5%에서 3.75%로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앞서 태국 중앙은행은 인플레 억제를 위해 2년 만에 처음으로 지난 16일 기준금리를 3.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