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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터키에서 열린 화장품 미용박람회장.헤어 전문 코스메틱 기업인 ㈜세화피앤씨(대표 이훈구 www.richenna.com) 임직원들의 눈에 의아한 광경이 펼쳐졌다. 짙은 갈색이나 검은색인 줄로만 알았던 터키 여성들의 머리색이 어린 아이,할머니 할 것 없이 모두 금발이었던 것.알고 보니 터키에서는 여성들의 밝은 컬러 머리염색이 일상화돼 있었다. 하지만 비싼 염색제를 쓰거나 미용실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 재래시장에서 '헤나'라는 천연 염색제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염색을 했던 것.

신제품 구상에 골몰했던 임직원들에게 터키에서의 경험은 좋은'약'이 됐다. ㈜세화피앤씨는 철저한 시장조사와 문헌 연구를 실시했고,이를 바탕으로 자체 연구소에서 헤나 염모제 개발에 착수했다. 헤나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원산지인 열대성 관목.잎을 말려 곱게 빻은 가루는 유럽과 아랍에서 전통적인 헤어 염색제로 쓰인다. 염색시 모발 손상이 없고 트리트먼트,두피 케어,비듬균 억제 등의 효과가 있다.

㈜세화피앤씨는 이 효과를 제대로 내기 위해 2년여의 연구 끝에 타 제품보다 로소니아(헤나의 지표성분) 함량이 12배나 높은 0.24%의 고농도 헤나 엑기스 추출 공법 개발에 성공했다. 이를 통해 탄생한 제품이 2004년 국내 최초로 식약청의 의약외품 제조허가를 받은 헤나 염모제 '리체나(Richenna)'다.

1996년 국내보다 먼저 미국과 일본시장에 헤나 염모제를 선보였던 이 회사는 국내에서의 성공도 낙관했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염모제 외에 샴푸,린스,비누,컬러파우더 등으로 라인업 된 리체나는 출시되자마자 회사의 효자 제품으로 등극했다. GS홈쇼핑과 CJ홈쇼핑을 통해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한국소비자포럼ㆍ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한 '2006파워브랜드대상'도 받았다. 지난해에는 헤나 나노공법으로 특허까지 획득했다. 또 중국,미국,일본,동유럽,러시아 등 해외 40여 개국에 수출돼 2004년 40만달러였던 무역 실적은 지난해 300만달러로 뛰어올랐다.

올 초에는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 샴푸타입 염모제 '리체나 이지 스피디 헤어 칼라'를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제품은 모발 멜라닌과 유사한 구조의 오징어 먹물을 함유해 윤기 있고 선명한 컬러를 유지한다. 은행잎ㆍ쑥ㆍ홍삼 등 고농축 한방추출물로 두피를 보호하고 모발에 영양을 공급한다. 젤 타입으로 부드럽게 바를 수 있고 5~8분 만의 빠른 염색도 강점이다.

㈜세화피앤씨는 올해 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신제품 출시와 홈쇼핑 판매,수출 실적 호조로 작년 매출(88억원) 대비 최대 40~50% 이상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올 1월에 설립한 브라질 투자 법인을 구심점 삼아 남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약국,마트,백화점,홈쇼핑,수출 등 다양한 유통채널을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는 상대적으로 취약한 온라인유통 부문도 재정비할 계획이다.

㈜세화피앤씨는 리체나 외에 고농축 한방 헤어케어 브랜드 '수채화',21가지 색상의 실속형 염모제 '비해피',새치커버 염모제 '보미겐',고급 염모제 '하이스피디',안티에이징 헤어케어 브랜드 '브이온유',전문가용 고농축 헤나 브랜드 'RH12+' 등의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앞으로도 신개념 제품을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해 업계 선두주자의 자리를 굳히겠다는 각오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