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CEO] 외롭고 힘들어도…세계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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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경기도 시흥의 한 전자부품 업체는 최근 공장을 3.3㎡당 300만원에 팔고 설비도 고철 값 수준에 매각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모 인쇄업체도 일거리가 없자 기계를 헐값에 팔았다. 요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유휴설비 거래사이트 '파인드머신'에는 설비를 팔겠다는 중소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안산 시화ㆍ반월,인천 남동공단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공장을 팔아 달라는 문의가 연초보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난 상태다.
유가 및 원자재값 폭등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공장을 가동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한계기업'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 이면도로의 전봇대에는 온통 공장 임대 및 매각을 알리는 전단지가 어지럽게 붙어있다. 가동을 중단한 채 놀려둔 공장도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매물로 나온 공장이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계기업' 급증…中企에 생산적 에너지 심어줘야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기업 경영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된 남동공단 시화공단 등에서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기계 소리가 작아지고 화물차의 왕래도 줄었다. 공단의 활기가 예전 같지 않다.
1970~80년대 국가발전의 젖줄이 됐던 남동ㆍ반월ㆍ구미공단에는 고된 생활에도 하루하루 꿈을 키워나가던 젊은 기업인 무리들로 넘쳐났다. 이 가운데에는 국내 굴지의 회사를 일궈낸 기업인들도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00년대.한국 경제의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힘차게 내달리던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예전의 활력을 잃은 채 하루하루 힘겨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오퍼상 신화,벤처 신화….끊임없이 한국 경제 성공스토리를 채워주던 다양한 신화들도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신화를 잃어버린 그 자리엔 활력 잃은 중소기업들의 지친 몸짓뿐이다. 2000년대 들어 중소기업의 시장소외 고착화 현상과 경제의 성장 동력 저하가 한 묶음으로 진행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열악한 자금 환경,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원자재 값 상승과 매출 감소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활력 잃은 중소기업 세계시장으로 나가게 하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220곳을 대상으로 상반기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65.7%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원활하다고 답한 기업은 8.6%에 불과했다. 사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선 '원자재 값 상승'이 79.8%로 가장 많았고,매출 감소나 판매대금의 회수 지연이라고 답한 기업도 각각 42.5%,38.9%에 달했다.
은행을 통해 자금을 차입할 때 겪는 애로사항으로 중소기업들은 '신용대출 곤란'(45.6%)과 '비싼 이자 부담'(44.3%),'매출액 위주의 대출한도'(42.4%) 등을 꼽았다.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은행의 대출태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 30.9%가 '대출한도가 축소됐다'고 답한 반면 '확대됐다'고 답한 곳은 11.6%에 그쳤다.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하는 힘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사업체수의 98%,전체 고용의 86.5%를 차지하며 고용 1000만명,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 우리 경제의 허리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임을 의미한다. 활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이 에너지를 재충전,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떠들썩한 '신성장동력'과 '신수종사업' 찾기 열풍에 가려진 중소기업의 성장 엔진을 힘차게 돌릴 수 있다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신화를 써 나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소극ㆍ방어적 지원'에서 '적극ㆍ공격적 지원'으로 전환,기업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
경기도 시흥의 한 전자부품 업체는 최근 공장을 3.3㎡당 300만원에 팔고 설비도 고철 값 수준에 매각했다. 인천 남동공단의 모 인쇄업체도 일거리가 없자 기계를 헐값에 팔았다. 요즘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 중인 유휴설비 거래사이트 '파인드머신'에는 설비를 팔겠다는 중소기업들이 부쩍 늘고 있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인 안산 시화ㆍ반월,인천 남동공단 인근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공장을 팔아 달라는 문의가 연초보다 최대 3배까지 늘어난 상태다.
유가 및 원자재값 폭등 등으로 경기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공장을 가동할수록 빚만 늘어나는 '한계기업'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단 이면도로의 전봇대에는 온통 공장 임대 및 매각을 알리는 전단지가 어지럽게 붙어있다. 가동을 중단한 채 놀려둔 공장도 늘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매물로 나온 공장이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계기업' 급증…中企에 생산적 에너지 심어줘야
외환위기를 겪은 지 10년이 지났지만 기업 경영 환경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되레 후퇴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된 남동공단 시화공단 등에서 굉음을 내며 돌아가던 기계 소리가 작아지고 화물차의 왕래도 줄었다. 공단의 활기가 예전 같지 않다.
1970~80년대 국가발전의 젖줄이 됐던 남동ㆍ반월ㆍ구미공단에는 고된 생활에도 하루하루 꿈을 키워나가던 젊은 기업인 무리들로 넘쳐났다. 이 가운데에는 국내 굴지의 회사를 일궈낸 기업인들도 있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2000년대.한국 경제의 '신화'가 사라지고 있다. 세계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힘차게 내달리던 '주식회사 대한민국'은 예전의 활력을 잃은 채 하루하루 힘겨운 걸음을 내딛고 있다. 샐러리맨 신화,오퍼상 신화,벤처 신화….끊임없이 한국 경제 성공스토리를 채워주던 다양한 신화들도 우리 곁을 떠난 지 오래다.
신화를 잃어버린 그 자리엔 활력 잃은 중소기업들의 지친 몸짓뿐이다. 2000년대 들어 중소기업의 시장소외 고착화 현상과 경제의 성장 동력 저하가 한 묶음으로 진행되고 있다. 절반이 넘는 중소기업이 여전히 열악한 자금 환경,판로개척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소기업 상당수가 원자재 값 상승과 매출 감소 등으로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이를 방증한다.
활력 잃은 중소기업 세계시장으로 나가게 하자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중소기업 220곳을 대상으로 상반기 자금사정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중소기업 65.7%가 자금사정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원활하다고 답한 기업은 8.6%에 불과했다. 사정이 어려운 이유에 대해선 '원자재 값 상승'이 79.8%로 가장 많았고,매출 감소나 판매대금의 회수 지연이라고 답한 기업도 각각 42.5%,38.9%에 달했다.
은행을 통해 자금을 차입할 때 겪는 애로사항으로 중소기업들은 '신용대출 곤란'(45.6%)과 '비싼 이자 부담'(44.3%),'매출액 위주의 대출한도'(42.4%) 등을 꼽았다. 경기가 어려워짐에 따라 은행의 대출태도 변화를 묻는 질문에 중소기업 30.9%가 '대출한도가 축소됐다'고 답한 반면 '확대됐다'고 답한 곳은 11.6%에 그쳤다.
대한민국을 다시 뛰게 하는 힘은 중소기업에서 나온다. 중소기업은 우리나라 사업체수의 98%,전체 고용의 86.5%를 차지하며 고용 1000만명,수출 1000억달러를 달성한 우리 경제의 허리다. 이는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임을 의미한다. 활력을 잃어가는 중소기업이 에너지를 재충전,세계시장에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줘야 한다.
떠들썩한 '신성장동력'과 '신수종사업' 찾기 열풍에 가려진 중소기업의 성장 엔진을 힘차게 돌릴 수 있다면 한국 경제의 또 다른 신화를 써 나갈 수 있다.
한국 경제가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을 '소극ㆍ방어적 지원'에서 '적극ㆍ공격적 지원'으로 전환,기업의 기(氣)를 살려야 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