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제학 >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이 흘렀다. 그러나 최근의 경제 여건은 출범 초 기대와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진행돼 가고 있다. 원유ㆍ곡물ㆍ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경제가 몸살을 앓고 있고 국내 경제도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내수 부진,고용 둔화 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초심으로 돌아가 출범 초기 설정했던 정책기조를 일관성 있게 추진해 나가는 것이다. 출범 초기 정부는 법인세 인하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감세정책을 발표한 바 있고 현재 이와 관련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지만 여전히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영국 독일 등 OECD선진국가와 중국 대만 등 주변 경쟁국들은 기업활력의 제고와 성장동력의 확충을 위해 감세를 적극 추진 중이고,그 중심에는 법인세율의 인하가 있다. OECD가 발표한 통계에 의하면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간 OECD국가의 법인세율이 평균 5%포인트 정도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주요 선진국이나 주변 경쟁국들이 앞다퉈 법인세율을 인하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법인세 인하의 혜택은 주주(배당),소비자(상품가격 인하),근로자(고용 및 임금 증가),중소기업(대기업ㆍ중소기업 상생협력)에 각각 귀착되고,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의 과실이 결국 저소득층ㆍ중산층에게 돌아가게 되며,또한 성장과 고용 그 자체가 더 큰 복지가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감세정책은 재정건전성에 부담을 주지 않는 전제하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물론 '넓은 세원,낮은 세율' 원칙하에 그간 추진해온 세원투명성 제고 등 과세 저변 확대 노력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둬 재정여건이 크게 개선된 점을 감안해보면 감세를 추진하기 위한 여건은 어느 정도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투기억제란 부수적 정책 수단으로 활용돼 온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재산 관련 세제도 전향적 자세에서 정상화시켜야 한다. 소득과세에서도 물가연동제의 도입이 여의치 않을 경우 각종 공제한도를 현실화하는 노력도 함께해야 한다. 세금이 국민에게 부담만 안기는 제도라는 인식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호주나 네덜란드식 건강증진활동 비용을 공제해주는 제도 개선의 신선한 발상전환으로 어려운 경제 환경에 고생하는 납세자들에게 청량제 역할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진국에선 고유가에 대응해 유류세를 직접 인하하기보다는 에너지 절약 유도 등 에너지 정책을 주로 활용하면서 특정계층을 대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의 선별적 지원방안이 제시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EU재무장관은 지난 6월2일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와의 회담에서 유류세를 인하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고,G8 정상회담에서도 유류세 인하정책은 취하지 않기로 한 바 있다. 대신에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지원방안들을 다양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5월부터 조세 환급(tax refund)을 실시했으며,프랑스 오스트리아 등도 세금 공제율 인상 및 기금을 이용한 서민계층 지원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추진하려는 유류세 환급정책은 이런 국가들의 선별적 대응정책과 인식의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MB정부가 출범한 이후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민심을 추스르고 하루 빨리 쇠고기 정국에서 벗어나 우리의 국가경쟁력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도록 개혁정책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 물론 정부가 발표한 감세정책을 차질없이 조기에 집행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국회도 정상화된 만큼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제출한 감세법안들이 적기에 시행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