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초.중.고교의 교과서 양을 두 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일선 교육현장에선 여름방학을 줄여 학생들의 수업시간을 늘리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교육개혁을 위한 자문기구인 교육재생간담회는 그동안 교실에서만 사용할 목적으로 얇게 만들었던 교과서를 앞으로는 혼자서도 충분히 공부할 수 있도록 양과 질을 충실하게 만드는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7일 보도했다. 간담회는 이를 위해 국어 영어의 경우 문호나 철학자의 명문이나 연설문을 많이 인용하고,수학 과학 등에선 연습문제를 풍부하게 담아 교과서 전체 쪽수를 현재의 두 배로 늘리도록 했다.

일본의 교과서 분량은 원래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상당히 적었다. 특히 여유 교육(유토리 교육) 도입 이후 교과서는 더욱 얇아졌다. 예컨대 현재 초등학교 고학년의 수학 교과서 분량은 평균 120쪽으로 수백쪽에 달하는 미국 유럽의 교과서에 비해 절반에도 못 미친다.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최근 이런 점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는 또 상급학년의 교과내용을 미리 가르칠 수 있는 '선행 학습'의 범위도 넓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초.중학교는 전체 진도의 10%,고교는 20%로 정해져 있던 선행학습의 상한선을 없애도록 했다.

이는 일본 정부가 지난 10년간 적용해온 '유토리 교육'을 본격적으로 탈피하기 위한 조치들로 풀이된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종합적인 학습능력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수업시간 등을 줄였던 유토리 교육은 오히려 학생들의 실력 저하를 가져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한편 아사히신문이 전국 1810개 지방교육위원회를 상대로 최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국 학교의 약 10%가 올해 여름방학 기간을 단축키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업시간을 늘리도록 한 새 학습지도요령이 내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앞당겨 실시됨에 따라 교육 현장에서 여름방학을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여름방학 단축 날짜는 하루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론 사흘가량 줄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