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의 주말 날씨 예보가 5주 연속 빗나갔다. 기상청은 25일 오전 5시 주말ㆍ휴일 예보를 통해 경기 북부 지역에 10~40㎜가량의 비가 온다고 예고했지만 동두천에는 25일 33㎜,26일 78.5㎜ 등 이틀간 100㎜가 넘는 비가 내렸다. 경기 북부 연천과 포천 가산면도 이틀간 기상청 예보량보다 훨씬 많은 비가 쏟아졌고 서울도 마찬가지였다. 수백억원대의 최첨단 컴퓨터를 도입했는데도 기상청 예보는 왜 자꾸 틀리는 것일까.

지난 주말 서울 신대방동 기상청 집무실에서 만난 정순갑 기상청장(54)은 "오는 10월부터 읍ㆍ면ㆍ동마다 예보 내용이 다른 동네예보제를 도입하고 예보관들 사이에 경쟁 체제를 형성해 기상청의 '체질'을 바꾸겠다"며 "3년 후에는 세계 6위인 프랑스 수준(현재 우리나라는 9위)의 예보 능력을 달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말마다 날씨 예보가 빗나가고 있다. 기상청 자유토론방에 '기상청은 사기청' '날씨 예보냐 생중계냐' 등 국민들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거의 매일 체크한다. 자유토론방에 글을 올리는 국민들은 대부분 진짜 예보가 빗나가서 피해를 본 분들이다. 등산ㆍ골프를 망쳤다거나 장사에 손해 봤다는 것이다. 정말 죄송한 생각이 든다. 다만 요즘 국지성 호우는 기상도를 아무리 들여다봐도 '신호'가 없다. 어느 순간 구름이 쑥쑥 자라나 갑자기 비를 쏟아내는데 그걸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은 전 세계에 아무도 없을 거라고 본다. "

―그래도 근본적으로 틀리는 이유가 있을 것 아닌가.

"근본적으로는 수치예보 모델이 우리나라에 꼭 맞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쓰는 모델은 17년 전 일본 모델이다. 그동안 수없이 개조를 해서 처음 그 모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빨리 좋은 모델로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들 하는데,슈퍼컴 한 대에 옛날 모델과 새 모델을 같이 넣어서 돌릴 수는 없기 때문에 쉽게 바꾸질 못했다. 내년에 500억원을 들여 새로 구비하는 슈퍼컴부터는 영국 모델로 바꾸려고 한다. "

―영국 모델의 특징은 뭔가. 그걸 쓰면 정확도를 높일 수 있나.

"기존 일본 모델은 기후모델ㆍ해양모델ㆍ태풍모델이 다 분리돼 있어서 태풍을 보려면 태풍 부분만 볼 수 있고,바다 상황은 따로 봐야 하고,육지 상황도 또 따로 보고 그랬다. 새 모델은 통합형 모델이어서 모든 상황을 한꺼번에 볼 수 있고,육지ㆍ해양ㆍ태풍 상황 등이 서로 연계돼 움직인다. 실제 관측값을 넣어 테스트해보고 있는데 지금까지는 결과가 좋은 편이다. "

―예보관 자질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나. 이만의 환경부 장관이 최근 '기상청에 외국인 직원을 채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내가 외국인 예보관을 '받지 않겠다'며 환경부와 싸우는 것처럼 비쳐지는데 사실은 아니다. 예보 기술 등을 배우는 것이야 얼마든지 좋다. 다만 '현지인' 노하우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때마침 동남풍이 불어온 것은 제갈공명이 제를 지내서가 아니라 그가 현지인이어서 기상 상황을 잘 예측했기 때문이다. "

―기상청 직원들이 한곳에서 평균 근무하는 기간이 2년여밖에 되지 않는데 노하우가 쌓이겠는가.

"지금까지는 순환보직 체제여서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오는 10월부터 읍ㆍ면ㆍ동 단위의 동네예보를 시작하면서 한곳에서 오래 경험을 쌓아 예보를 잘 맞히는 예보관이 승진을 빨리 하는 시스템으로 바뀔 것이다. "

―동네예보의 의미를 좀 더 설명해달라.

"기상청이 자체 집계하는 정확도는 지금 85% 수준이다. 하지만 국민들의 체감 정확도는 60~70%에 불과하다. '호남지방에 곳에 따라 비'라면 지금은 한 군데만 비가 와도 맞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기 광주인데 비 안 온다고 글 올리지 않는가. 사실 국민들의 지적이 맞다. 그 눈높이에 맞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동네예보는 '서울 경기 지방에 한때 비' 식으로 예보하는 대신 '서울 대방동에 오전에 비','관악산에 종일 구름 많음' 이렇게 예보하는 것이다. 해당 지역 예보관의 능력이 바로바로 평가된다. 따라서 본격적인 예보관들의 경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한 3년쯤 지나면 국민들도 '기상청이 밥값은 한다'는 식으로 평가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

―전국단위 큰 그림도 못 맞히면서 동네예보가 어떻게 맞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동네 예보는 지역별 데이터를 세밀하게 축적하고,지역 주민들과의 피드백을 통해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시스템이다. 과거에는 매크로에서 마이크로로 들어갔는데 앞으로는 마이크로에서 매크로로,각 지역별 집계가 전국의 날씨가 된다. "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