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일렉(옛 대우전자) 매각작업이 지연될 전망이다. 대우일렉 최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와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당초 이달 말까지 끝내려던 인수.합병(M&A) 본계약 체결 일정을 다음 달로 미뤘다. M&A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모건스탠리PE가 "재실사를 해보겠다"며 실사팀을 파견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7일 "대우일렉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모건스탠리PE의 본사인 모건스탠리에서 실사팀을 파견해 재실사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PE는 모건스탠리가 만든 미국계 사모펀드로 지난 2월 대우일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왜 재실사하나

모건스탠리 본사에서 실사팀을 보낸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자금경색 때문이다. 모건스탠리가 입찰 단계에서 써낸 대우일렉 인수대금은 약 80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발 경기침체로 사모펀드들의 자금 조달에도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 모건스탠리는 인수 타당성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전 세계 M&A 규모는 1조8600억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분의 1이 줄었다. 모건스탠리 역시 경기침체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M&A 사업부문 구조조정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오는 3분기 유럽 투자은행 부문에서 전체 직원의 10%를 감원하기로 했다.

◆'먹튀' 논란도 부담

대우일렉 노조의 "인수 후 3년간 고용보장" 요구도 본계약 체결에 부담이 되고 있다. 대우일렉 노조는 지난달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모건스탠리는 자산 매각을 통한 자본 회수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고 주장했다. 모건스탠리가 인수 뒤에 인천공장과 구미공장을 폐쇄하고 광주공장만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노조는 헐값 매각 의혹도 제기했다. 채권단과 모건스탠리가 최근 협상을 통해 당초 8000억원대였던 인수대금을 5000억원으로 깎았다는 주장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시장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먹튀' 논란에 휩싸이면서까지 한국 시장에 들어갈 이유가 뭐가 있겠느냐는 내부 지적에 따라 재실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기사회생 안간힘 쓰는 대우일렉

'외우내환' 속에서도 대우일렉은 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 매출 4565억원,영업이익 55억원을 달성한 데 이어 2분기에도 매출 4800억원에 영업이익 30억원을 올린 것.

일등공신은 지난 2월 출시한 드럼업 세탁기다. 대우일렉은 드럼세탁기 세탁물통 높이를 11㎝ 올려 빨래를 하는 주부들의 허리 부담을 줄여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사운(社運)을 걸고 지난 2월 내놓은 드럼업은 한 달 동안만 1만대 이상이 팔려나가면서 세탁기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이상 늘어났다.

대우일렉은 이 추세를 몰아 중동시장에 드럼업 세탁기를 판매하기로 했다. 8~9월 사이에는 중동에서 대우 제품을 판매하는 딜러들을 초청한 대규모 딜러대회를 열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원활한 매각작업을 위해 경영진이 나서 노조와 대화를 계속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달 본계약 체결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