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한치 앞도 못본 외교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MB정부의 외교력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독도 문제로 일본에 뒤통수를 맞은 지 얼마되지 않아 이번엔 금강산 피살사건을 국제 이슈화하려다 북한에 보기좋게 한 방 맞은 꼴이 됐다.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해 북한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를 국제무대에 올려 이슈화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외교부는 22일부터 2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좋은 기회로 삼았다. 이 회의엔 27개국 외교장관들이 모이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북한을 어느 정도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등 5∼6개국 외교장관이 회의기간 중 금강산 피살 사건을 언급하는 등 정부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는 곧바로 '10ㆍ4 선언'의 돌부리에 걸렸다. 정부가 의장성명서에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문구를 넣는 데 신경 쓰는 사이,북한은 '10ㆍ4 남북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 진전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처음에는 '10ㆍ4 선언'문구에 신경쓰지 않았던 정부는 성명발표 후인 25일에서야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이 문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논의했다. 마치 우리가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어 남북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강산'문구에 반대하던 북한의 입장과 '10ㆍ4 선언 문구'의 부작용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맞물려 성명서에서 두 문장을 모두 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금강산 문구가 빠졌지만 이 문제를 국제 이슈화한 것만도 큰 성과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외교가의 평가는 다르다. 금강산 카드를 냈을 때 북한이 어떤 카드로 어떻게 대응할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해 보기좋게 당한 '근시안 외교'사례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ARF회의에서 금강산 이슈를 제기한 것이 과연 잘 한 결정인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은 "외교적 망신을 자초했다"며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의 예외는 없는 걸까.
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
저간의 사정은 이렇다. 정부는 지난 11일 발생한 금강산 피살사건에 대해 북한이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자 이를 국제무대에 올려 이슈화하기로 전략을 세웠다. 외교부는 22일부터 24일까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좋은 기회로 삼았다. 이 회의엔 27개국 외교장관들이 모이기 때문에 여기서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북한을 어느 정도 압박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등 5∼6개국 외교장관이 회의기간 중 금강산 피살 사건을 언급하는 등 정부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냈다. 그러나 정부는 곧바로 '10ㆍ4 선언'의 돌부리에 걸렸다. 정부가 의장성명서에 '금강산 피살 사건에 대한 조속한 해결을 기대한다'는 문구를 넣는 데 신경 쓰는 사이,북한은 '10ㆍ4 남북정상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 진전을 지지한다'는 문구를 삽입했다.
처음에는 '10ㆍ4 선언'문구에 신경쓰지 않았던 정부는 성명발표 후인 25일에서야 긴급회의를 소집하며 이 문구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를 논의했다. 마치 우리가 남북대화에 나서지 않고 있어 남북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결국 '금강산'문구에 반대하던 북한의 입장과 '10ㆍ4 선언 문구'의 부작용을 우려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맞물려 성명서에서 두 문장을 모두 빼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정부는 금강산 문구가 빠졌지만 이 문제를 국제 이슈화한 것만도 큰 성과라고 자평한다.
그러나 외교가의 평가는 다르다. 금강산 카드를 냈을 때 북한이 어떤 카드로 어떻게 대응할지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해 보기좋게 당한 '근시안 외교'사례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한 외교 전문가는 "ARF회의에서 금강산 이슈를 제기한 것이 과연 잘 한 결정인지 책임론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민주당 등 야당은 "외교적 망신을 자초했다"며 외교통상부 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밖에서도 샌다'는 속담의 예외는 없는 걸까.
임원기 정치부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