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수입차 병행수입업체(그레이 임포터) 등과 협력,수입차 정비(AS) 부품의 가격에서 거품을 빼내기로 했다. 수입차 딜러 지정 정비공장의 AS 부품 값이 국산차 부품에 비해 3배 이상 비싸 자동차 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안기고 있어서다.

보험개발원은 오는 10월부터 '수입차 부품 수입 우수업체 지정제도'를 실시하겠다고 27일 발표했다. 수입차 부품 병행수입업체 2~3곳을 '우수협력업체'로 지정,합리적 가격에 부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보험사가 지정한 정비공장은 이들 우수협력업체가 공급한 부품을 우선적으로 사용,수입차 부품 값 인하를 유도하게 된다. 현재 외제차 부품을 병행 수입하는 업체는 20여개에 이른다.

정채웅 보험개발원장은 "수입차 딜러들은 판매보다는 AS용 부품값을 높게 받아 이익을 내는 구조여서 수입차의 평균 수리비가 국산차의 3배를 넘는 게 다반사"라며 "우수협력업체 제도를 통해 보험사는 부품을 싸게 조달해 보험료 지출을 줄여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보험개발원이 지난해 11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벤츠 S600의 AS용 콘덴서 가격은 109만7000원으로 독일 현지 가격(36만4000원)의 3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우디 A63.2의 쿼터패널도 국내 판매가격(87만1000원)이 독일 현지가(46만5000원)의 2배에 가까웠다. 이에 따라 보험사가 수입차에 지급한 평균 수리비(2006년 기준)는 245만3258원으로 국산차의 3.1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보험개발원은 오는 9월까지 우수업체를 선정한 뒤 10월부터 수입차가 많은 수도권을 대상으로 먼저 이 같은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는 이날 자동차 부품 가격을 마음대로 산정해 보험금을 부당하게 타내는 것을 막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 관련 부처와 기관(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에 권고했다고 밝혔다.

권익위에 따르면 2002년 5757건에 불과했던 자동차 보험금 부당청구 건수는 2006년에는 3만4567건으로 4년 만에 6배나 늘었다. 금액 기준으로도 같은 기간 411억원에서 2489억원으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권익위는 국내자동차 메이커와 부품 제작사는 부품 정보(차종별 연식별 사양별 가격)를 의무적으로 홈페이지에 공개,소비자들이 수리비 산정 때 정보를 이용할 수 있게 하라는 내용의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국토해양부에 권고했다.

김현석/임원기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