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원구성 두달째 표류…氣싸움에 민생 '뒷전'
18대 국회가 기약 없이 표류하고 있다. 법정시한보다 42일이나 늦은 지난 10일 개원했지만 상임위원장 배분 등 상임위 구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아직까지 원구성조차 못한 상황이다.

임시방편으로 4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지만 당리당략에 따른 정쟁의 장으로 전락했다. 장관 인사청문회는 물론 민생대책 처리도 사실상 '올스톱'된 상태다.

◆변죽만 울리는 특위

책임도 권한도 없는 특위 활동은 기싸움에 공회전만 거듭한다는 비난이 많다. 가축법 개정 특위는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이 국민 건강권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야권의 인식에 따라 구성됐지만,한나라당이 국제법과의 충돌 등을 문제 삼아 개정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어 논의가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공기업 특위는 정부 측이 공기업 노조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함에 따라 선진화방안 논의 자체가 담론 수준에 그치고 있다. 민생안정 특위의 경우 정부가 이미 발표한 고유가대책 등을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만,정식 상임위가 아니면 관련 법안을 처리할 수 없어 '회의를 위한 회의'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경환 한나라당 수석정조위원장은 27일 "7월 말까지 원 구성이 안 되면 민생특위를 통해서라도 고유가대책에 따른 시급한 법안과 추경안 등을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겉도는 국정조사

쇠고기 협상을 둘러싼 여야 공방은 폭로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양측 모두 쇠고기 국정조사 특위라는 본무대는 도외시한 채 외곽에서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유리한 자료만 추려내 경쟁적으로 언론에 발표하는 난타전을 전개하고 있다.

윤상현 한나라당 의원은 이날 정부 대외비 자료를 근거로 "참여정부가 미국산 쇠고기의 연령제한 없는 전면 수입을 반대한 게 아니라 단지 시간만 약간 늦추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의 책임론을 부각시키겠다는 의도다.

이에 대해 변재일 민주당 의원은 외교통상부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근거로 "현 정부가 쇠고기 협상에 앞서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 허용방침을 정했고 이를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다"고 맞불을 놨다. 김상희 의원은 외교통상부 문서를 토대로 "4월11일 국내에서 진행된 쇠고기 협상을 앞두고 미국 측은 협상을 한국 측에 공식 제안하기도 전 이미 협상 대표단이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특히 증인채택을 놓고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이미 한 차례 청문회가 연기된 터다. 8월4일 청문회를 정상적으로 진행하려면 28일까지 증인채택이 완료돼야 하지만,현재의 분위기로는 특위가 공전될 가능성이 높아 국정조사가 장기 파행으로 갈 공산도 없지 않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