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선거가 정치색 짙은 행사로 전락하고 있다. 지난 주말 촛불집회는 특정 교육감 후보의 선거 유세장과 다름없이 진행됐다. 여기에 민주노총은 '촛불의 정신을 교육감선거 투표로 잇자'는 내용의 불법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다.

이들이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이라고 공격하는 내용 중 상당수는 지난 노무현정부 때 만들어진 것이지만 이 같은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주경복 후보,촛불교육감 자처

지난 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과 명동 등에서 산발적으로 열린 촛불집회의 주제는 '이명박정부의 교육정책 반대'였다. 민주노동당 청소년위원회와 청소년연대,10대 연합 등 청소년단체들은 오후 4시30분부터 청계광장에서 '0교시.우열반 반대' 집회를 열고 이명박정부의 학교자율화 정책을 비판했다.

앞서 다함께 청소년위원회 등은 오후 3시부터 명동에서 '미친소,미친교육,미친물가,미친외교 반대 캠페인'을 개최했다. 청소년 집회가 끝난 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오후 7시부터 청계광장에서 '공교육 포기정책 반대' 집회를 열고 '미친교육' 구호를 이어나갔다.

이날 촛불집회는 사실상 '촛불교육감'을 자처한 주경복 후보의 유세장을 방불케 했다. 유세 일정을 마치고 저녁 무렵 촛불시위에 참가한 주 후보는 발언은 하지 않았으나 참가자들은 "주 후보가 압도적인 표 차이로 승리할 수 있도록 하자"거나 "주 후보는 민주교육감"이라며 지지 발언을 잇달아 쏟아냈다.

주 후보는 이 같은 지지를 몰아 선거 승리의 발판으로 삼는다는 전략이다. 지난 25일 홈페이지에 올린 '800만 서울 유권자들에게 드리는 주경복의 호소'라는 글을 통해 "촛불항쟁은 대한민국의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선포한 역사적 사건"이라며 "이명박 정책 심판은 공정택 후보 심판으로 표현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확실한 정보 또다시 범람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현재 촛불시위 참가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0교시 수업과 전 과목 우열반 편성을 실행하고 있는 학교는 없다. 자율형 사립고 설립은 이명박정부의 공약사항이지만 고교선택제 등은 노무현정부 때부터 추진되던 것이다. 하지만 집회 참가자들은 이러한 배경지식 없이 현 정부의 교육방식은 모두 '미친교육'이라며 '오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반드시 (진보진영 후보에게) 투표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법 선거운동도 판치고 있다.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민주노총이 '7월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촛불의 정신 투표로 잇자!'는 내용의 조합원용 교육지를 배포해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현행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선거일 전 선거법에 의한 홍보물 외 특정 정당과 후보자를 지지.추천.반대하는 내용의 인쇄물을 배포할 수 없도록 돼 있다.

◆보수.진보 양강 구도

현재 서울시교육감 선거는 보수 진영을 대표하는 공정택 후보(1번)와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주경복 후보(6번)의 양강 구도로 진행되고 있다. 공 후보는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4년 8월부터 4년간 서울시교육감을 맡아 고교선택제,진단평가 도입 등을 추진해 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민주노총 등의 지지를 받고 있는 주 후보는 건국대 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로 민주화를위한교수협의회(민교협) 상임대표 등을 맡았다. 주 후보는 특목고.자립형(자율형)사립고 추가 설립,영어교육 강화 등에 반대하며 0교시.우열반.사설모의고사 등을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