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세부담 완화 이야기가 나오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대출규제가 여전한 데다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부담에 대한 언급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한 파격적 대책이 발표되지 않는 한 강남권의 시름은 계속될 전망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강남권 입주물량이 크게 늘면서 세입자들은 선택의 폭이 넓어진 반면 집주인들의 고민은 커져 강남권 주택시장의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집값은 내리고 금리는 오르고
거래가 활발히 이뤄졌던 2006년 하반기에 집을 산 사람들은 부담이 더욱 크다. 무엇보다 주택가격 하락세가 심각하다. 2006년 정점에 올랐던 가격은 연일 떨어지고 있다.
27일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2007년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이 오른 시기는 대통령 선거 직후인 2008년 1분기가 유일하다. 나머지 5개 분기는 모두 떨어졌다. 이달 들어서도 0.7%가 빠졌다. 웬만한 아파트는 2년 전과 대비해 2억원 안팎이 하락했다. 대치동 은마아파트 102㎡형은 2006년 11월 11억6000만원까지 거래됐지만 요즘은 9억3000만원에도 매물이 나온다. 실제 거래가는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금리는 치솟는다.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2006년 6월 연 4.21%였으나 지난 25일 현재 연 5.63%까지 상승했다. 1억원을 빌렸다면 매월 12만원의 이자를 더 내야 한다. 서초구 반포동 B공인 관계자는 "2년 전 뛰어오르는 집값에 조바심을 느낀 수요자들이 대출한도를 최대로 해서 주택을 구입한 경우가 많았다"며 "강남권에서 4억~5억원 대출은 예사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4억원만 빌렸다고 가정해도 2년 전과 비교해 이자로 한 달에 50만원을 더 내야 한다. 매월 이자가 250만원(연 금리 7.5% 적용)으로 불었다.
◆전셋값 하락과 원리금 상환의 악재
문제는 이자만 내도 되는 거치기간이 조만간 끝난다는 점이다. 원리금을 동시에 갚아야 하는 시기는 보통 대출시점으로부터 3년 뒤에 돌아온다. 2006년에 집을 샀다면 내년부터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야 한다. 20년 분할상환할 경우 4억원을 빌렸다면 원금(150만원)과 이자(250만원)를 합쳐 400만원을 내야 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거치기간이 지나 원리금을 동시에 상환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내년에 48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 21조8000억원의 2배가 넘는다. 2006년 집값 급등기에 너도나도 대출을 끌어와 주택을 장만해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전셋값마저 떨어지자 2채 이상을 가진 집주인들은 코너로 몰리고 있다. 여유자금이 없을 때 전셋값이 떨어지면 추가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이마저도 힘들다. 집값이 떨어지면서 대출한도도 함께 줄어서다. 다른 은행으로 '대출 갈아타기'를 해서 거치기간을 연장하고 싶어도 세입자 눈치를 봐야 한다. 세입자가 자신의 보증금을 떼일 걱정 때문에 동의를 해주지 않아서다.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과 주택담보대출의 합이 집값의 80%를 넘으면 보증금이 위험하다고 보고 '대출 갈아타기'를 반기지 않는다. 은행을 옮길 때는 저당권에 변화가 있는 경우 등에는 세입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