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후인 2011년에는 아시아 등 이머징마켓을 중심으로 3~4개 분야의 국제금융시장에서 정상권에 올라 국내에서 5대 투자은행(IB)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

지난주 종합증권사로 본인가를 받은 정유신 스탠다드차타드증권 사장(48)은 27일 "자본금 3000억원을 토대로 일단 특화된 몇 개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후 점차적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특징있는 증권사'로 커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주력할 분야로 IB와 자산관리 분야를 꼽았다. 아시아나 중동 아프리카 지역 내 채권 부분에서 선두권에 있는 SC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특화시킬 수 있는 부분이라 판단한 것이다. 사장실 옆에 딜링룸(채권 주식 운용실)을 둔 것도 이런 의도에서다.

정 사장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경영대학원(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MBA)를 취득한 후 IB 리서치 자산운용 국제영업 등을 두루 거치며 '준비된 CEO'의 길을 걸어왔다. 외국계 증권사 경험이 없던 걸 아쉬워했던 그는 이번에 스탠다드차타드 계열 첫 종합증권사의 초대 사장이 됐다.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은 자본금 3000억원에 70여명의 임직원으로 출범한다. 지점망은 내년부터 계열사인 SC제일은행 지점 내 지점(BIB) 형태로 시작해 자체 지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증권업계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정 사장은 직접 삼고초려해 굵직굵직한 인물들을 영입했다. 국내 IB 개척자로 통하는 김은상 전 모건스탠리 한국지점장과 SC은행 본사에 있었던 김주한씨가 IB 양대 축인 기업금융과 채권담당 본부장으로 선임됐다. BNP파리바 페레그린증권 초대 서울지점장을 역임한 황규태 최고재무책임자(CFO)나 두바이인터내셔널파이낸셜센터(DIFC) 사장을 지낸 말콤 워커 최고운영책임자(COO)도 아시아 시장에서는 알려진 베테랑들이다.

정 사장은 국제금융의 특정 분야에서는 아시아 시장을 넘어 국제적으로 실력을 인정 받겠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갖고 있지만 당장은 돌다리도 두들기며 걷겠다는 자세다. 그는 "시장이 어려운데 경쟁을 부채질하고 상황을 더욱 나쁘게 만드는 건 신설사가 택할 길이 아니다"며 "자신있는 분야에 집중, 성과를 통해 고객의 신뢰를 조금씩 쌓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 사장은 또 "스탠다드차타드증권이 글로벌과 국내 자본시장 간 사람과 노하우,상품을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주에는 피터 샌즈 SC그룹 CEO(최고경영자)가 직접 방한, 성공적인 증권업 진출과 함께 이같은 역활에 충실할 것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