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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기업의 자부심이요? 이익을 못 남기고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하게 규격에 따라 제품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원칙을 지키면 자연스레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죠."

철물자재 전문업체인 삼화공업㈜ 국종열 대표는 1987년 회사 설립 후 정도를 걸어온 경영인이다. "당장 눈앞이 아니라 먼 미래를 내다보고 사업을 한다"는 그는 "이윤을 남기려고 꼼수를 쓰지 않아도 나중에는 소비자가 돈을 더 내고서라도 규격 제품을 찾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삼화공업㈜은 낙석 보호망,낙석 방지책,가시철망,보안용 펜스,압착 윤형 철조망 등을 주력 생산한다. 국내에서는 설비조차 제대로 확보돼 있지 않던 회사 설립 당시 국 대표는 폴리염화비닐(PVC)선 등의 원자재를 직접 일본에 건너가 수입해 오는 등 사업기반 마련에 구슬땀을 흘렸다.

"창업 당시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장비도 수입에 의존해야 할 정도로 국내 업계가 걸음마 수준이었죠. 1991년에는 매출이 높지 않을 때였는데도 대당 1억5000만원의 고가 장비인 일제 코팅기를 수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장비는 팔아도 중요한 회로도나 도면은 절대 안 보여주더군요. 그래서 직접 생산설비 개발에 나섰죠."

1993년 착수한 코팅기 개발은 2년 뒤에야 완성됐다. 기본정보도 없이 바닥부터 시작한 연구여서 결실의 기쁨은 더욱 컸다. 이듬해인 1996년에는 자동화 생산방식으로 KS규격에 부합하는 철물제품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KS규격이 막 개정된 해라 이전의 장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업체들이 부지기수였지만 정도경영을 해온 국 대표는 조금의 주저함 없이 개정 규격을 따랐다. 제품의 비틀림을 방지하는 융착기능을 채택한 제품도 이때부터 본격 생산했다. 결국 소비자들은 삼화공업㈜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도로공사의 수주가 이어지면서 매출도 상승했다.

"결국 기업의 성공열쇠가 '규격'에 있었던 셈이죠."

국 대표는 아직도 업계에 미규격 제품이 난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소비자들이 제값을 주고 제대로 된 물건을 사야 규격제품이 대우받는 업계풍토가 형성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업계 선진화를 위한 그의 사명감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국 대표는 한국금속울타리공업협동조합 이사장,중기로터리클럽 3640지구 회장직을 역임하는 등 대외활동에도 열심이다.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인 그는 또 제조품 납품가의 물가연동제를 법제화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는 "원자재 값이 인상돼도 제품 가격으로 이를 절충하기가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며 "중앙회의 숙원사업인 만큼 부회장 임기가 끝날 때까지 꼭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물가연동제는 현재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의 입법으로 국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로 창립 21년째를 맞은 삼화공업㈜은 경기도 안산시 반월공단에 소재해 있다. 완전자동 생산라인 가동과 철저한 품질검사로 고객의 요구를 만족시키는 것이 이 기업의 강점이다. 국내 최초로 자동 융착 피복기를 도입해 접착제를 쓰지 않고도 고품질의 PVC피복철선을 생산하고 있으며,염화비닐피복 체인링크철망으로 2003년 의장등록을 했다. PVC코팅 처리로 녹이 슬지 않고 수명이 긴 가시철선과 보안용 펜스,낙석방지망은 이 회사의 효자 제품이다.

신재섭 기자 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