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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서 최고 자리에 오르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레 올라가는 그런 자리가 아닌 것이다.

스포츠 선수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와 싸워야 하고,산악인은 혹한을 이겨내고 등정해야 '최고'라는 자리에 오를 수 있다. 또 손가락이 부르트지 않고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가 될 수 없고, 목에서 피를 토하지 않고 명창 소리를 듣는 소리꾼이 될 수 없다. 이처럼 각 분야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품질도 마찬가지다. 끊임 없는 개선과 혁신을 거듭한 끝에 최고 품질이 탄생한다. 구체적인 매뉴얼을 짜고 품질개선을 위한 연구개발을 중도에 포기하지 않을 때만 최고 품질의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미국 오하이오주 톨레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스파이서 드라이브 샤프트사(社)는 고품질 경영으로 미국 북부 최대의 자동차 부품회사로 성장한 곳이다. 자동차 축,드라이버 샤프트,프레임,필터,베어링,브레이크 등 자동차 부품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승용차 및 경차,대형 상용트럭,중장비 등 모든 부품을 아우르는 스파이서 드라이브는 미국 내 17개 공장에서 33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한다. 이 회사가 자동차 부품 분야 최고의 기업으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품질경영'을 실천해온 결과다.

이 회사는 '종합적 품질에 대한 전념과 끊임 없는 개선'을 품질경영의 근간으로 삼았다. 품질협의회를 정점으로 제조협의회 전략사업협의회 등의 기반을 튼튼히 했다. 이 과정에서 해마다 지옥주간을 열어 다음 해 사업목표를 정하고 전 사원이 실천했다.

또 핵심사업의 동력,장기 전략,연간 계획,구체적 성과 목표를 수립하기 위한 종합적 품질경영통제 계획을 추진했다.

특히 고객만족 지표인 정시 배송,고객 성과 평가,애프터서비스,주문량,종합적 연간 고객조사결과 등을 핵심사업 동력으로 해 본사부터 현장작업그룹까지 성과향상을 지원하는 측정시스템을 갖췄다. 여기에다 교차다기능 팀은 분기별로 측정된 정보들을 가지고 시스템을 평가해 수정 보완했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잠재고객들로부터 듣고 배우기 위해 25가지가 넘는 접근방식을 사용했다. 이를 통해 고객과 의사소통이 원활해졌고 고객 불만사항을 파악할 수 있었으며 신제품 개발에 대한 고객들의 의견을 모을 수 있었다. 이러한 품질경영 활동은 회사를 크게 변화시켰다.

직원들은 한 달 평균 3건의 제안을 만들어 냈고 이 중 80% 이상이 실행에 옮겨졌다. 이직률은 1% 미만으로 업계 최저를 기록했고 출근율도 98%에 달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져 1997년 20%이던 투자수익률이 2000년에 24%를 넘어섰고 1996년부터 2000년까지 내부 결함률은 75% 이상 감소했다. 또 98년부터 2000년 기간 중 고객만족도는 80% 이상으로 나타나 동종업계 최고를 기록했으며 고객 불평은 95년 1만개 당 6.3회에서 2000년엔 2.8회로 뚝 떨어졌다.

지속적으로 품질개선 활동을 하는 기업들은 결국 스파이서 드라이브 샤프트사처럼 시장에서 승리한다. 이 회사가 나이테를 차곡차곡 쌓아올리면서도 여전히 각광받고 있는 것은 고객의 '가치'를 품질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경영기술을 구사해도 품질이 외면당하는 기업은 망할 수밖에 없다. 당대 최고의 경영자를 영입한다고 해도 품질개선을 게을리하면 허망한 노력에 그칠 것이다. 결국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고 준비하며,궁극적으로 고객을 품질로 만족시키는 길만이 기업의 영속성을 보장받는 유일한 방편이다.

품질경영은 생산라인에서 무작위로 골라낸 제품을 검사하고,시장조사를 통해 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런 협의의 개념은 오래 전에 뛰어넘었다. 서비스와 프로세스의 영역에서 품질을 개선하고 더 나아가 고객의 요구를 예상해 이를 제품에 구현하는 것까지 품질경영의 외연은 확대되고 있다. 또 리더십ㆍ전략기획ㆍ인력관리 등 경영 전반에 품질경영의 개념이 적용되고 있다. 따라서 품질경영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생산직 노동자,고객접점 부서,노동조합 등 전사를 망라한다. 특히 최고경영자의 품질경영 의지와 실천노력은 핵심요소로 꼽힌다.

기업 경영자들은 품질혁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사소한 것부터 챙기는 것이 바로 품질혁신의 시작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