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전업계의 화두는 '다이어트'다. 제품을 날씬하게 만들어야 고급스러워 보이고 공간 효율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슬림화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LCD(액정표시장치) TV다. LG전자는 지난 5월 세계에서 가장 얇은 42인치 LCD TV인 '스칼렛 수퍼슬림'을 출시했다. 105㎜에 달했던 TV의 두께를 44.7㎜까지 줄였다. 두께는 줄어들었지만 고사양 LCD TV가 갖춰야 할 기능은 빠짐없이 갖추고 있다. 풀HD급 120㎐(초당 120장의 화면 구현) 제품으로 자동차 경주와 같이 빠른 화면을 재생할 때 잔상이 남는 LCD TV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명암비도 6만 대 1에 달해 선명한 영상을 구현했다. 이 제품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가전제품 전시회 CES에서 혁신상을 수상했다.

삼성전자는 50인치대 대형 LCD TV 분야가 강하다. 이 회사가 만든 52인치 초슬림 파브 보르도 LCD TV의 두께는 44.9㎜.40인치대 LG전자 제품과의 차이가 0.2㎜에 불과해 육안으로 두께 차이를 구분하기 힘들다. 초박형 기술은 지난 5월 출시한 '파브 보르도 690' 모델에 처음 적용했다.

앞으로 삼성전자의 LCD TV는 더 얇아질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해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회에서 52인치 울트라 슬림 LCD TV를 출품했다.

이 제품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를 제외하면 현존하는 디스플레이 중 가장 두께가 얇다. 삼성전자는 두께 25㎜인 52인치 제품을 내년 1분기부터 양산할 계획이다.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해 벽과 TV 사이의 틈을 줄이는 기술도 동원되고 있다. LG전자는 최근 4.6㎝에 달했던 벽걸이 TV 지지대의 크기를 2.5㎝로 줄였다. TV 뒷면의 입출력 단자를 'ㅡ'자형에서 'ㄱ'자형으로 바꾸는 방식을 동원했다. 회사 관계자는 "인테리어 효과 등을 의식해 벽걸이 TV를 샀는데도 정작 TV와 벽 사이의 틈이 커 보기 싫다는 고객들의 불만을 감안했다"며 "이달 말부터 이 지지대를 LG전자의 모든 벽걸이 TV 제품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냉장고는 최근 나온 슬림한 부엌 가구의 크기에 맞춰 깊이가 줄어드는 추세다. LG전자는 최근 680 ℓ급인 '아트 슬림 610 시리즈' 를 선보였다. 냉장고 깊이를 전 세계 주방가구 표준 깊이인 610㎜로 줄인 '세미 빌트인' 가전이다. 3세대 멀티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활용,용량과 냉각 성능을 기존 제품과 동일하게 유지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에어컨도 슬림화 경쟁이 한창이다.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에어컨 '바람의 여신II'는 디자인을 해쳤던 군더더기 요소인 바람을 내보내는 토출구와 바람날개를 없애는 방법으로 슬림한 디자인을 구현한 제품이다. 에어컨을 작동시켜도 바람 토출구가 밖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이 제품의 가장 큰 특징이다. 기능도 업그레이드했다.



에어컨 토출구와 바람날개를 없애자 효율이 높아져 전기 사용량과 냉방에 걸리는 시간이 줄어들었다는 것이 삼성전자 측의 설명이다.

정수기도 슬림형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올해 초 웅진코웨이가 출시한 역삼투압 정수기가 대표적인 예다. 이 제품의 크기는 210X390X370㎜.두께가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이다. 전기가 필요 없는 제품이기 때문에 전원의 위치를 신경쓰지 않고 여유 공간에 제품을 배치할 수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