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법을 존중하는 의식이 약한 것 같습니다. "

한국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현재 로스쿨에 재학 중인 유학생들은 한국 사회와 사법부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뉴욕 포담대학 로스쿨과 성균관대가 공동으로 개설한 국제 하계 법학과정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최근 4주간 인턴으로 근무한 미국 유학생들의 얘기를 들어 보았다.

학생들은 한국과 미국 법조계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법과 법원의 권위를 꼽았다. 미국에서도 중요 판결의 경우 간혹 비판이 제기되기는 하지만 법원의 권위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비합리적이고 원색적인 비난이 난무하면서 법원의 권위 자체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햄프셔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한 김지아씨(여.포담대 로스쿨 1학년)는 "삼성 이건희 전 회장 재판 때만 봐도 법원 앞에서 과격한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었는데 외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라며 "법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지만 법이 한국에서는 좀 더 존중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도미,U C 버클리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이상명씨(여.시애틀대 로스쿨 1학년)도 "법원을 비판하는 사람들의 논리가 건설적이라기보다는 깔아뭉개는 식으로 비화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고 덧붙였다.

공판 중심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한국 법조계가 아직은 준비가 덜 된 것 같다는 지적도 있었다. 서면 위주 재판 관행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UCLA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최두성씨(로욜라대 로스쿨 2학년)는 "변호사들이 판사의 예기치 못한 질문에 말을 더듬는 것을 보면 준비가 잘 안 된 것 같다"며 "미국 변호사들은 법정 드라마에 나오는 연기자들처럼 실제로도 예상치 못한 질문에 떨지 않고 조리 있게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상명씨는 "원.피고가 공격적으로 말하거나 증인이 딴 소리만 늘어 놓을 때 인내심 있게 기다리는 판사들이 많았다"며 "재판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는 미국 법정과는 차이가 있었다"고 말했다.

국내 법조인들에 대한 인상은 어땠을까. 코넬대 경제학과 출신의 문부경씨(브루클린대 로스쿨 1학년)는 "한국 판사님들은 근무 시간도 길고 일도 열심히 하셔서 훌륭한 판례들이 많이 쏟아지는데 다른 나라에서 인용되는 경우가 적은 것 같다"며 "판례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로스쿨의 면학 분위기를 물어 보았다. 학생들은 미국 로스쿨에 대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두성씨는 "A학점을 받는 비율이 5~10%가량밖에 안 돼 경쟁이 격하지 않을 수 없다"며 "도서관에 책을 두고 가면 중요한 부분만 찢겨 나간다는 농담이 돌 정도"라고 털어놨다.

성균관대-포담대 로스쿨이 공동으로 개설한 국제 하계 법학과정 프로그램은 미 변호사협회가 공인한 프로그램.올해가 세 번째다. 미국 전역에 있는 로스쿨 학생들과 국내 대학의 학생들이 함께 3주간 강의를 듣고 4주간은 인턴으로 일한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