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경주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부지 지하에 초대형 저장고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는 작업이 시작된다.

28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오는 31일 열리는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리 시설 건립 허가가 날 전망이다. 경주 방폐장은 당초 계획보다 일곱 달 정도 허가가 늦어지면서 부지 정비만 이뤄진 채 모든 공정이 멈춘 상태.허가가 떨어지면 8월1일부터 동굴 굴착 작업에 들어간다.

◆20층 건물 크기의 동굴 저장소

경주시 양북면 봉길리 210만㎡ 부지에 건설되는 경주 방폐장에는 1조5228억원의 공사비가 들어간다. 아시아에서 방폐장으로는 최초로 동굴처분 방식을 채택했다.

방폐장의 핵심은 방사성 폐기물들이 보관될 6개의 사일로.해수면 기준으로 지하 130~80m 사이에 원통형 수직동굴로 건설된다. 직경 23m,높이 50m 규모에 달한다. 20층 빌딩과 맞먹는 크기의 수직 동굴을 지하에 세우는 셈이다.

사일로 건설을 위해 지하 130m 위치에 '공사동굴',지하 80m에 '운영동굴'을 2㎞ 정도 평행하게 뚫은 뒤 두 터널을 수직으로 잇는 직경 3m 크기의 동굴을 판다. 이후 이 구멍 안에서 폭약을 발파시켜 동굴의 직경을 넓히는데,이때 아래로 떨어지는 잔해물은 덤프트럭들이 공사동굴을 통해 외부로 갖고 나간다. 동굴이 만들어지면 콘크리트,물,모래를 섞은 쇼크리트로 암반이 이완되지 않게 한 후 방수시트를 대고 철근 콘크리트로 동굴을 감싸 내구성 및 내진성을 높인다.

한국수력원자력의 유준상 방폐물기술처 토건기술 부장은 "지하에 이 같은 높이의 구조물을 건설하는 것은 경주 방폐장이 국내 최초일 것"이라며 "공간이 협소한 지하에서 대부분의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장비나 인력이 접근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30년간 방사성 폐기물 모두 수용

현재 계획대로 2009년 12월께 방폐장이 완공되면 각 원자력발전소에 보관되온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들이 10년 동안 차례로 이곳으로 옮겨진다. 사일로 하나당 1만6700드럼을 저장할 수 있어 총 10만드럼의 폐기물을 적재할 수 있다.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소가 지난 30년 동안 배출한 8만드럼의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을 모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원자력발전소뿐 아니라 병원,산업체에서 모아진 작업복 장갑 주사기 시약병 등의 중ㆍ저준위방사성폐기물은 시멘트 등과 섞여 고체화,압축 과정을 거친 뒤 특수 운반용기에 담겨 해상으로 운반된다. 운영동굴을 통해 사일로 상단부에 도착한 폐기물들은 크레인에 실려 밑바닥에서부터 차곡차곡 쌓인다.

경주 방폐장에 도착한 폐기물들은 3중 보호막으로 인간생활권에서 격리된다. 폐기물이 실린 드럼은 10㎝ 두께의 콘크리트 처분 용기에 들어간 후 지하 깊숙이 위치한 사일로 안에 적재된다. 처분고 주변의 기반암도 방사능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 3차 방벽 역할을 한다. 사일로가 다 차면 드럼 사이사이의 빈 공간을 채움재로 메운 다음 지하수의 이동을 막기 위해 운영동굴 및 건설동굴 입구를 콘크리트로 밀봉 폐쇄하고 사람이나 동식물의 접근을 차단한다. 동굴은 원자력발전소와 같은 기준을 적용,6.5 강도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게끔 설계됐다.

교과부 관계자는 "경주방폐장은 1000여건에 이르는 질의ㆍ답변 및 현장 확인과 국제 원자력기구(IAEA)의 심층 검토를 받는 다단계 안전심사를 거쳤다"며 "향후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발생 추이,부지 여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총 80만드럼까지 보관할 수 있도록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경남 기자 kn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