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식 사회적 대타협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유럽 현장 취재에 동행한 국내 노동학자들은 노사교섭 체계와 경제환경,노사문화가 전혀 다른 아일랜드식 모델을 우리나라가 '교과서'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한국경제신문,삼성경제연구소와 공동으로 아일랜드 모델 벤치마킹에 나섰던 학자들은 "아일랜드 고속성장의 배경에는 사회적 대타협도 나름대로 영향을 미쳤다"며 "아일랜드 모델은 중앙 단위의 의사결정이 밑으로 전달되는 산별교섭 체계에다 작은 경제 규모,노조 권력의 약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경영학)는 "아일랜드 사회적 파트너십의 본질은 노조가 임금을 양보하는 대신,고용 안정과 노사관계 유연화를 택한 모델"이라며 "노조가 파업 투쟁을 밥먹듯 벌이는 한국에 아일랜드식 해법을 접목하는 것은 웃기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경영학)도 "노조의 허약함이 사회적 타협을 가능하게 했다"며 "아일랜드에서는 사용자가 노조와 단체교섭을 벌이지 않아도 법적 제재를 받지 않기 때문에 노조가 사회적 대화틀이라는 우산 속으로 들어간 측면이 있다"고 해석했다.

두 나라의 경제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의 차이점도 벤치마킹의 걸림돌로 지적됐다. 장상수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아일랜드 모델은 이 나라 특유의 문화와 역사적 배경,노사교섭 체계,국가경제 규모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탄생한 방식"이라며 "노사 갈등이 극심하고 기업별 체제 중심인 우리나라는 우리 몸에 어울리는 새 노사모델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남성일 서강대 경제대학원장도 "아일랜드 모델이 가능했던 것은 노사 자치주의와 합리적 정신 등 역사적ㆍ문화적 배경이 깔려 있다"며 "경제적 환경과 문화적 배경이 다른 우리나라가 섣불리 베꼈다가는 오히려 역효과만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 교수(경영학)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쓰는 나라 가운데 아일랜드처럼 중앙 단위의 노사정 합의를 거둔 국가는 없다"며 "이는 경제 규모가 작기 때문에 가능하지만 우리처럼 경제 규모가 크면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철수 서울대 교수(법학)는 "아일랜드의 사회적 합의는 산별체제를 기본 전제로 하기 때문에 전투적 노동운동이 강하고 기업별 체제인 우리나라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