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 한림대 의과대학 교수 kimha@medimail.co.kr >

하와이와 캘리포니아 사이에 '북태평양 아열대 환류'란 해역이 있다고 한다. 이곳은 적도의 더운 공기가 고기압을 만들어 느린 소용돌이를 치며 돌아가기 때문에 배를 타는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고 한다. 찰스 무어 선장은 10여년 전 자신의 배로 항해를 하다 이 해역에 잘못 들어가게 되었는데,무수히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들이 거대한 소용돌이를 치며 돌아가는 장면을 목격하게 됐다. 그 넓이가 얼마나 대단했는지,그는 1주일 동안 쓰레기 소용돌이를 항해한 끝에 빠져 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앨런 와이즈먼이 쓴 '인간없는 세상'에 나오는 이 무서운 이야기는 우리가 자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지구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지구 온난화로 환경에 관심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아직 주위에서 환경을 위해 내 편의를 선뜻 희생하겠다는 행동을 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사시사철 교통 체증으로 몸살을 앓던 서울 시내가 조금 숨통이 트인 것은 환경 운동의 덕이 아니라 폭등하는 기름값 때문인 걸 보면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다. 환경 오염의 근본 원인은 공장에서 사시사철 매연을 뿜으며 물건을 만드는 동력을 제공하는 인간의 탐욕이다. 넉 장에 1만원 하는 티셔츠들,일주일이 멀다하고 신형 모델을 선보이는 전자제품 회사들,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것이 싼 이상한 시장 구조.이 모든 것들이 인간의 탐욕에 불을 붙이고 매연을 쏟아내게 하는 원동력이다.

얼마전 신문에서 어떤 외국 의류 브랜드를 대서특필한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이 브랜드는 새로운 스타일의 옷을 발 빠르게 제작,며칠에 한번 주기로 세계 시장에 쏟아내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는데,미래 기업들은 이런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내가 돈 버는 것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어서일까. 나는 그런 기업에는 환경 보전을 명목으로 중과세를 물려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유명 연예인들의 소위 파파라치 컷을 매개로 사람들의 헛된 욕망을 부채질하고,너무도 무책임하게 한두 번 입고 버릴 옷을 만들고,사고 버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세상.이제는 돈이 많아도 물건을 함부로 살 수 없게 하는 강제력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 같다.

나는 돈을 준다해도 가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바다를 메워 마천루를 짓고,사막에 스키장을 만들어 자연을 조롱하는 두바이 같은 곳이다. 자연을 파괴해 자본을 만들어 내는 것을 너무도 당연히 생각하는 힘에 대한 작은 저항의 표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