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역사갈등 해법,유럽 사례에서 배워라.'
일본의 '독도 도발' 파문이 확산되는 가운데 동북아 역사갈등을 풀려면 장기적인 안목에서 상호 이해와 공동역사 교과서 편찬 등을 위해 노력해온 유럽의 사례를 적극 배워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이 28일 '유럽과 동아시아의 공동 역사교과서 편찬과 전망'을 주제로 연 세미나는 이를 위한 자리였다.
이날 세미나에서 한운석 고려대 교수는 2011년까지 공동 역사교과서를 만들기로 합의한 독일과 폴란드의 사례에 주목했다. 독일과 폴란드는 1972년부터 교과서위원회를 가동하면서 1976년 역사교과서 공동 권고안을 채택한 뒤 매년 양국 관계사의 주요 테마에 대한 공동연구와 교과서 분석을 책으로 출간했다. 또 2000년에는 20세기 현대사에 대한 교사용 안내서를 발간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 교수는 "양국은 나치 점령기의 대량 학살과 강제노동,전후 독일인 추방 등으로 인한 갈등의 골이 깊어 1945년 이후 현대사보다는 공통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중세부터 18세기 말까지의 800년간을 먼저 다루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또 "해석을 달리하는 경우 억지로 합의를 모색하기보다 그 차이를 병기하기로 했다"며 "상대방이 역사를 어떻게 다르게 이해하는가를 아는 것만으로도 역사적 화해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그들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역사적 쟁점보다 상호 간의 편견,무지와 무관심을 극복하는 것이 화해의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2006년 8월 출간된 '마주보는 한일사 1,2'의 제작 과정에 참여했던 박범희 중앙고 교사도 '한·일 공동교재 개발의 성과와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진정한 화해를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의 벽을 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학생들은 일반적으로 역사 수업을 통해 고대에는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문화를 전파했다는 우월의식을,중세의 임진왜란이나 근대 일본의 한국 식민지화를 통해서는 은혜를 침략으로 갚은 일본에 대한 증오심을 배우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일본 학생들은 유럽과 미국에 대한 관심이나 동경은 크지만 한국은 매력이 없고 일본과도 관계가 없는 나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다양한 차원에서 서로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