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보 보장 줄여선 안된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손해보험업계 사장단이 정부의 민영 의료보험 보장 한도 축소 방침에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의료비를 100% 보장하는 민영의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된다며 보장 한도를 실비의 70~80% 선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이상용 손해보험협회장과 손해보험사 대표(CEO)들은 2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열고 정부에 민영 의료보험의 보장 제한 논의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키로 결의했다. 이들은 "민간보험의 보장 제한은 1500만 보험 가입자의 금전적 부담만을 증가시키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모임은 사전에 정부 일각에서 우려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성명을 내놓을 정도로 분위기가 격앙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촛불시위 영향받았나
손보사의 민영의보 상품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비급여+본인부담금)를 100% 지급한다. 정부는 이 상품이 의료비를 전액 보장하는 바람에 가입자들이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병원을 찾아 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보장 한도를 실비의 70~80%로 축소하려 하고 있다. 즉 의료비 일부를 가입자가 직접 내게 하면 과잉 진료를 받는 도덕적 해이를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당초 기획재정부가 "민영의보 활성화로 의료산업을 선진화시키겠다"며 차관보를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까지 꾸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정부는 올 3월만 해도 민영의보 자율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나 '촛불 시위' 과정에서 "정부가 부자를 위해 건강보험을 민영화하려 한다"는 '괴담'이 확산되자 영리병원 도입 연기 등과 맞물려 민영의보도 규제키로 급선회했다.
◆업계 "이유 없는 규제 불가"
손보사들은 민영의보의 보장 한도가 축소되면 1979년부터 판매를 시작한 상품의 경쟁력이 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입자 부담이 늘면 가입 자체가 줄어들 것이란 얘기다. 현재 민영의보 가입자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으면 지금은 본인부담금 2350여만원을 전액 민영의보가 내주지만 보장 한도를 80%로 낮추면 470여만원을 가입자가 부담해야 한다.
지난 5월부터 삼성생명 등 생보사도 실손형 시장에 뛰어들어 의료비의 80%를 보장하는 상품을 내놓은 상황이어서 생보사에 시장이 잠식당할 수 있다.
손보사는 특히 이번 논의를 초래한 '민영의보가 건보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가설이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최근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연구에 따르면 민간보험 가입자의 평균 의료비는 830만9000원으로 비가입자의 864만6000원보다 낮았다. 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