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中) ‥ 소수민족 갈등 빈부격차는 '발등의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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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1에다 55를 더하면 얼마일까? 정답은 56이 아니라 13억이다. 1은 한족이고 나머지 55는 소수민족의 숫자이다.
한족이 인구의 90% 이상을 차지하지만,그렇다고 55개 소수민족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장족 인구가 1800만명에 달하고 인구 100만 이상의 민족도 조선족을 비롯해 17개나 된다. 겉으로는 13억명의 중국만이 보이지만,그 안은 '1+55'의 구조로 짜여져 있다.
중국 정부는 위도상 시차가 2시간 이상 나는 서부 신장 지역에도 베이징과 같은 시간대를 사용하게 할 정도로 분열을 경계한다. 중국 지도부는 그동안 13억 인구를 통합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소수민족 문제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는 것을 막지 못했다.
올초 티베트에서 발생한 분리독립 요구 시위는 올림픽 보이콧 운동으로 발전할 정도로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다. 소수민족 분리와 내부 분열 우려를 경계하는 중국 정부는 테러 방지 등을 명분으로 베이징올림픽을 축제가 아닌 사실상 계엄 상태로 만들어 버렸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중국 내부의 갈등은 이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표면으로 부상 중이다. 소수민족,빈부격차,지배자와 피지배자 간 충돌 등 수면 아래에 잠복해 있던 갈등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티베트와 신장위구르 지역에서는 테러 용의자를 체포했다는 소식이 계속 들려온다.
이달 들어서만 모두 9건의 대형 시위가 일어났다. 공안(경찰)을 칼로 살해하고,경찰서를 습격하는가 하면 생계 보장을 요구하며 행정관청을 LPG(액화프로판가스)통으로 폭파하는 극단적인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언론 통제로 보도되지 않아서 그렇지 실제로는 더 많은 시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문이다.
중국 정부도 당황한 모습이 역력하다. 티베트 등의 독립운동에 대해서는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민중 시위에는 갈팡질팡하고 있다. 윈난성 멍롄에서는 시위 농민에게 발포,2명이 사망했다. 한편으로는 주민들의 청원을 들어주지 않거나,혹은 늦게 처리하는 관리는 처벌하겠다는 지침도 발표했다. 선전 등에서는 시장을 지명이 아닌 선거로 선출하는 정치 실험도 하고 있다.
하지만 올림픽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 내부 갈등을 일으킨 원인은 의사가 감기약 처방하듯이 치유할 수 없는 것들이다. 대규모 민중 시위는 빈부격차가 가장 큰 원인이다. 광시성 친저우에서 실업자와 농민 등 1000여명이 생계 불안을 이유로 집단적 항의 시위를 벌였다.
산시푸구 등에서는 공안의 폭력이 집단적 항의의 원인을 제공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농민공(農民工ㆍ농촌 출신 이주근로자)에 대한 탄압이나 주택 강제 철거 등 가난에 대한 불만이 자리잡고 있다.
현재의 정치체제를 고치지 않고는 이 같은 갈등을 치유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그러나 공산당 1당 통치체제인 중국의 정치구조는 이 같은 변화를 허용할 공간이 없다.
홍콩 국제문제연구소 천황 연구원은 "올림픽을 앞두고 성장까지 둔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소수민족 문제와 더불어 내부 갈등이 한꺼번에 드러나고 있다"며 "정부가 강력한 통제정책을 쓰고 있지만 올림픽 이후 경제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내부 갈등은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