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혜 < 서울대 교수·아동가족학 >

제5의 사회복지보험이라 불리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 한달이 지났다. 고령이나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해 타인의 도움 없이는 스스로 일상생활이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처음 도입되는 제도인 만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한다. 하지만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노인들의 개인적 고통과 그 가족의 부양 부담을 국가와 사회적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발걸음을 내디딘 셈이다.

장기요양보험이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제도에 대한 홍보와 국민에게 설명하려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은 기존 보험제도들과 몇 가지 점에서 매우 다르다. 우선 '재원확보 방식'에 차이가 있다. 민간보험과 같이 계약자가 납부금액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법령에 따라 보험료를 강제로 부과하고 징수한다. '재원 기여자와 서비스 수급자가 다르다'는 점도 익숙하지 않은 방식이다. 전 국민을 대상으로 마련한 재원으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 요양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경우 본인이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으며,젊은층들은 보험료를 납부한다 할지라도 그 혜택은 수십년 뒤에나 받게 될 수도 있다. 즉 노인장기요양보험은 젊은층이 노년층을,거동이 가능한 사람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을,잘사는 세대가 어려운 세대를 도와주는 '사회적 효도의 실천'을 기본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점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그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이번 달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시 장기요양보험료가 추가된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가입자가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지급해야할 비용을 미리 산정해 총금액을 개인별로 경제적 수준에 따라 배분하는 '사회적 연대방식'을 적용한다. 이에 따라 올해는 건강보험료의 4.05%를 적용한 평균 2700원의 보험료가 부과될 예정이다. 건강보험과 달리 보험료를 납부하는 모든 사람이 직접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보험료 납부에 대한 불만이 제기될 소지가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제도화는 고령이나 치매ㆍ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인한 개인과 수발가족들의 고통이 더 이상 '개인만의 부담'이 아닌 '우리사회의 문제'이고,이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지자는 의미다. 특히 전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에서는 더 이상 가족이 노인수발을 전담할 수 없고,그런 면에서 장기요양보험의 도입은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이러한 보험료 납부에 대해 느끼는 부담 수준은 개개인에 따라 다르겠지만,비슷한 제도를 앞서 시행하고 있는 독일이 개인소득의 1.7%,일본이 1% 정도를 부담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는 소득의 0.2%로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장기요양보험은 병든 부모를 직접 수발해야 하는 자식들과,자식에게 주는 부담을 줄이려는 노인층 모두가 수혜자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우리 모두가 수혜자이고,당장 나에게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래에 대한 투자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명박 대통령은 18대 국회 개원 연설에서 "경제가 어렵다고 해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정책이 뒷걸음치지는 않을 것"이라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에는 철저한 관리 체계와 만족할 만한 서비스 질을 유지할 책임이 있다. 그럴 때만이 사회적 효도의 개념이 전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고,장기요양보험제도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