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을 이적행위라고 표현하는 것은 명예훼손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3부(조용구 부장판사)는 민족문제연구소(민문연) 등이 "친일인명사전 편찬 작업이 이적행위라는 허위 사실을 적시했다"며 보수 시민 및 언론단체 대표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적행위' 표현과 친북단체 선정에 따른 명예훼손 책임은 없다고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좌와 우의 이념문제,민족을 앞세운 통일 등의 문제는 국가와 국민의 운명을 결정하는 쟁점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 역시 보장돼야 한다"며 "'친북'이라는 말이 이젠 실정법 위반에 따른 처벌의 위험성을 내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1심은 "민문연의 친일인명사전 편찬은 이적행위로 볼 수 없기 때문에 이를 이적행위로 규정한 보수시민단체 측에 명예훼손의 책임이 있다"며 "보수단체 등은 6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보수단체 회원인 신씨 등이 시위를 벌이면서 인신공격과 모욕을 해 명예를 훼손한 부분만 불법으로 인정해 민족문화연구소 등에 2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민문연은 2005년 8월 박정희 전 대통령을 포함해 3000여명의 친일인사 명단을 발표했다. 민문연은 보수단체 회원인 신모씨 등이 인터넷 신문에 "민문연의 친일인명사전 편찬 등 친일 청산 작업은 친북ㆍ공산세력의 대한민국 전복 시도이자 공산 독재의 정당성을 확보해 주는 이적행위"라는 제3자의 시평을 싣자 소송을 냈었다.

박민제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