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항공사들이 오일 머니를 무기로 세계 항공업계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로 미국 유럽 등 세계 주요 항공사들이 몸집 줄이기에 치중하는 가운데 중동 항공사들은 첨단 항공기를 구입하고 노선을 늘리는 등 공격 경영에 한창이다.
29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UAE)의 에미레이트항공은 28일 에어버스의 최신 기종인 초대형 여객기 'A380'을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인도받았다. 이미 'A380' 58대를 주문해놓은 에미레이트항공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추가 주문을 했다. 이날 인도식에서 아직 개발 중인 꿈의 여객기 'A350' 30대를 포함해 총 60대를 133억달러에 더 사들이기로 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또 설립 5년에 불과한 신생 항공사인 UAE의 에티하드는 지난 14일 'A380' 10대를 포함해 한꺼번에 100대의 여객기를 주문해 항공기 단일 주문 역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중동 지역 항공사들이 최근 3년간 주문한 항공기는 700대(1400억달러)에 달한다. 에어버스의 토마스 엔더스 최고경영자(CEO)는 "중동 항공사들은 인상적인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항공사들이 이처럼 공격적 경영에 나선 것은 오일달러에 힘입어 항공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덕분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지리적 이점을 적극 활용해 기존 항공사들이 눈여겨보지 않던 새로운 노선도 만들어내고 있다. 팀 클라크 에미레이트항공 회장은 "항공사 설립 당시부터 두바이의 지리적 이점을 적극 이용했다"며 "이전에 연결돼 있지 않던 아프리카와 중국 혹은 러시아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잇는 노선에 취항했다"고 밝혔다.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과 인도를 세계와 연결하는 노선도 인기다. IATA에 따르면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노선 승객은 올 2~6월 5개월간 19.8% 늘었고,중동과 동북아시아를 잇는 노선도 14%나 증가했다. 전 세계 국제노선의 평균 승객 증가율이 4.5%인 것에 비하면 급성장세다.
뿐만 아니라 중동의 각국 정부도 허브 공항을 겨냥,앞으로 10년간 540억달러를 투입해 공항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 항공사의 이 같은 확장 전략은 효과를 내고 있다. IATA 조사 결과 이들 중동 항공사는 올 2월부터 6월까지 수송능력을 11.1% 확충했다. 같은 기간 고객은 11% 늘었고 여객 좌석 판매율은 74.6%에 달했다. 스페인의 항공 컨설턴트인 다니엘 솔론은 "'A380' 등으로 무장한 중동의 항공사들은 유럽의 항공사들에 충분히 위협적인 경쟁 상대"라고 평가했다.